창작 슬럼프

중년의 진로수업

by 화요일

이번주에 전자책을 출간하고 유통하기로 했었다. 매일 조금씩 한 챕터씩 써둔 원고를 다시 정리하고 수정해서 이북스타일리스트라는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사진도 수정해서 저장하고 조금씩 배워가며 전자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직접 했다. 속도는 더뎠지만 전자책으로 구현되는 재미가 쏠쏠해서 '아, 이렇게 책만 쓰는 삶도 괜찮네.' 잠시 착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슬럼프가 왔다. 이번주 마감에 연휴까지 있어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약한 마음

내 책을 누가 읽어줄까? 이렇게 어설픈 책을 내면 너무 창피하겠는데. 누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나 할까? 약한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기술력 부족

오류가 뜬다. 저장하고 파일 내보내기를 하는데 화면이 계속 멈춘다. 파일 저장은 되지만 내 문서의 오류를 확인할 길이 없다. 스토리위너 코치님께 부탁해서 확인받으면 되지만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미리캔버스를 이용해 표지를 만들었다. 이것저것 누르고 해 보니 제법 그럴듯한 표지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책 전체의 편집, 폰트, 구성, 그림 명암과 사이즈 조절 손보고 수정해야 할 것이 많은데 기술력이 부족하다. 그림을 그리는 지인에게 sos를 한다. 표지톤하고 같은 색깔번호를 찾아달라고 염치불구 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부담

책 전체의 구성과 오타 수정까지 온전히 혼자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건 괜찮은데 오타나 탈자가 나올까 봐 걱정이다. 보고 또 봐도 나한테는 안 보이는 녀석들. 고민하다가 글쓰기 모임 <우산> 회원님들께 도움을 요청한다. 양이 많고 남에게 보이기엔 부족한 글이라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용기 내어 '도와주세요.!' 한다. 몇 일 후, 조심스레 피드백을 해주신다. 반복되는 어휘는 줄이고 힘을 빼고 편하게 써보라고, 나열된 역사, 단조로운 구성을 좀 더 손봐야 할 것 같다는 솔직한 의견을 듣고 고민에 빠진다. 나도 생각했던 부분이라 더 깊이 아래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과연 나 혼자 잘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달래 가며 써야 하는 몸

아픈 몸을 달래며 하는 작업은 작은 변화나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민이 있으면 잠을 못 자고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 통증도 재발한다. 컴퓨터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의 피로도 만만치 않다. 지치고 힘들지만 그간의 역사의 드러내고 새로운 나만의 창작물을 만드는 기쁨으로 벼텼는데...


책장에 꽂혀있는 무수히 많은 책들, 도서관에서 무료로 빌려보는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 여기저기에 널리고 깔린 게 책이라고 무시했던 나를 돌아본다. 책쓰는 걸 만만하게 보았던 내가 정말 무지했구나 새삼 깨닫는다. 한 권의 책이 나온다는 게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구나.


돈을 주고 누군가에게 맡겨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들어볼까 아니면 투고를 해서 종이책으로 먼저 만들어야 하나 고민이 많아진다. 책은 잘 써지지 않아 질척하고 우울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 보다 나는 왜 이 책을 쓰고 싶었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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