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속아 넘어갈 뻔했다. 명품백 가격에 맞먹는 돈과 책출간을 맞바꿀 뻔했다. 남들과 비교하고 나도 책을 내고 싶다는 성급해진 마음에서 일까. 수시로 나를 유혹하고 평생 위시리스트에 올려있었으나 선뜻 결제는 못하는 명품백과 같았다. 책 출판이 딱 그랬다.
출판이라는 높은 벽
지난 6월부터 투고를 했었다. 몇몇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었고 그중 한두군와는 계약서 쓰기 바로 전 단계까지도 갔었다. 초보작가에게 완전한 기획출판 제의는 없었고 몇 가지 조건을 들며 출판을 약속하곤 했다. 지금 출판 시장이 어렵다며 어떤 곳은 700권 이상을 팔면 인세를 주겠다. 어떤 곳은 초기비용을 어느 정도내면 출판하겠다 등등 다양한 종류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숫자, 계산에 약한 나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계약서에 사인은 하지 못했다. 결국 자비출판을 해야 할까.
모든 것을 멈추었다.
몇몇 출판사에 자비출판을 문의했고 상당한 과정이 진척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자비출판은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냥 작가가 요구하는 만큼만 해준다는 느낌. 딱 돈을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전문가의 진심 어린 의견이나 조언, 피드백은 기대할 수 없었고 좋은 책을 만들어보자는 의지와 열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한 곳은 내 책을 보고 내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꽤 진지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결국 400~500만 원의 비용 앞에 멈춰 섰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성급한 생각을 버리고 원고 자체를 다시 수정하고 다듬기로 했다. 원고를 갈고닦아 조금 더 있다가 다시 투고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교정과 윤문을 해줄 전문가도 알아보고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동안 잊고 있던 전자책의 판매량을 보니 시나브로 조금씩 그 양이 늘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 내가 모르는 사이 나름 전자책도 수요가 늘고 있었구나. 다행이다.'
이제 겨우 출발선에 앞에 선 내 상태를 인정하고 이 정도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생각한다. 욕심부리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고 저만치 앞서 나갔던 마음을 다잡는다.
어느 날, 전화 한 통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혹시 출판하신 곳 있나요?
그렇게 편하게 마음을 비우고 며칠이나 흘렀을까. 반가운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왔다.
"네~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직요. 그게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아직 연이 닿지 않아 계약까지는 못했어요." 솔직히 고백하고 출판사 사장님이기도 한 전자책 출판 가이드를 해주신 기획자님의 말씀을 기다린다.
아.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저랑 해요. 원고가 너무 좋고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다른 책 작업하느라 잊고 있다가 이제야 한숨 돌리고 전화드렸어요.
우아. 이럴 수가. 기다리던 그런 소식이 나에게도 왔다. 저 또한 너무 고맙고 다행이라고 말씀드린다.만나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책의 방향을 잡을지 얘기해 보자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책의 방향과 내용도 대폭 수정해보려고 한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요약되어 있던 전자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하나의 주제로 추려내서 종이책으로 한 권씩 내보려고 한다. 왠지 모를 성급함으로 명품백 가격만 한 지비출판을 지를 뻔했지만 참고 포기하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출판제의에 착잡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그래도 다급하게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명품백하나를 만들려면 수많은 공정이 필요하듯 명품책으로 태어날 책을 위해서 기다림과 수고의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은 글감을 찾아내고 수십번 반복되는 퇴고의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숙성되어 가는 길고 힘든 시간을 즐겨야겠다고되뇌인다. 마음이 앞 선 책은 좋은 책이 되기 힘들다는 깨달음을 얻었기에. 명품백만큼 비싼 돈이 들 뻔한 내 첫 책이 온전한 명품책으로 다시 태어날 그날까지 투비컨티뉴드(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