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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천개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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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ul 06. 2024

우리는 방과후 어벤져스에요!

  

얘들아.
오늘은 단어게임 해볼까?


1단계 단어익히기

 중2  영어기초학력향상반은 3명 소수정예로 수업한다. 학기 초 진단테스트에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 중 방과 후 수업을 원하는 아이들을 모아 개설된 수업이다. 이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부족할뿐이지 열정이 부족한 건 아니다. 게임에 임하는 진지함을 보라. 단어카드에 불이 붙을 정도의 집중력으로 플래시카드 게임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특별과외를?!

다른 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 개설이 잘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방과후에 다들 학원에 가기 때문에 시간이 없고, 학교에 남아서 더 공부하기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랐다. 아이들이 남아서 수업받길 원한다고?! 실은 정규 수업이 끝나고 또 다른 수업을 준비하는 건 교사인 나도 힘든 건 마찬가지라서 수당을 더 준다 해도 고사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3명이라, 딱 좋다.
소수정예 특별과외 수업을 해보자.




흥미와 자신감 불어넣기

  


나: 얘들아. 단어, 문법, 읽기 중에서 어떤 걸 하고 싶니?

애들:  단어요!


먼저 아이들에게 묻는다.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알았으니 바로 시스템을 정비한다. 단어를 익히고 학습지로 확인하고 게임으로 한번 더 반복하면 단어공부는 완벽정복. 몸을 쓰고 앱을 사용한 다양한 활동을 추가하면 지루함도 날려버릴 수 있다. 본 수업진도에 맞춰 단어와 본문을 중심으로 복습하고 밀착 첨삭 지도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구성하면 애들이 본 수업시간을 더 잘 따라올 수 있으리라. 그러면 자신감을 찾고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할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먼저, 클래스카드 단어공부 앱을 활용하여 공부를 각자 하도록 한다. 그리고 10분 후, 퀴즈배틀로 대결! 승자에겐 맛난 간식을 고를  있는 특권도 부여한다.  말과 동시에 수업이 더욱 역동적으로 변한다.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활동에 몰두하고. 그다음은 연습한 40개의 단어의 뜻과 철자에 무작위로 빈칸을 뚫어놓은 큰 학습지를 펼쳐놓고 아이들이 협동해서 빈칸을 채우는 활동을 시작한다. 한참을 고민하며 빈칸을 채우다가 어느 순간 속도가 느려지더니 멈춘다. 더 이상 아는 단어가 없는 것처럼 보일 때쯤. 힌트를 공개한다.




얘들아. 복도 끝에 정답을 붙여놨거든
가서 보고 와서 적어와도 돼~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다다~ 아이들은 교실문을 박차고 달린다. 모르는 단어를 정확히 파악하고 몸을 움직여 정답을 찾고 다시 외워서 돌아오는 활동은 흡사 올림픽경기와 같은 집중력을 보이게 만든다. 정적인 활동에 동적인 재미가 추가된 것이다. 특히나 남자아이들한테는 몸을 움직이는 공부가 효과 만점. 몇 번 왔다갔다하더니 드디어 학습지의 빈칸이 모두 채워졌다.




와!  잘했다.
다음은 릴레이로 3명이 1분 안에 단어, 뜻 돌아가며 정확하게 읽을 수 있으면 오늘 수업 끝이다.
자, 5분 줄게. 연습시작!







재밌는 발음과 웃긴 외계어가 오고 가고 서로 틀렸네 맞았네 하며 면박과 구박을 하며 몇 번씩 하며 깔깔대며 연습한다.  이러다 보면 어느새 단어와 뜻은 완벽히 외우게 된다. 1분 안에 단어를 고 조기퇴근하는 길은 험난해도 지루함은 없다. 공부의 스트레스는 제로! 쉼 없이 이어지는 역동적인 활동에 아이들은 흥미와 재미를 찾고 순수한 열정과 참여로 보답한다.





100% 출석의 비결?


영도력의 비결? 글쎄... 머를 마이 멕에이지, 머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명대사는 동네 제일 어른의 이 대사였다. 북한군이든 남한군이든, 우리나라사람이든 외국사람이든 말이 통하든 안 통하든 따뜻한 리더십으로 동네의 질서를 잡고 위엄을 갖춘 최고의 리더였다. 그의 비법은 이것이었다. 풍족하게 잘 먹이는 것. 나 또한 100% 동의한다. 특히나, 공부가 습관이 되지 않은 아이들에겐 든든한 먹거리와 짧은 휴식, 함께 오는 간식은 꿀맛이다.


그래서 미리 간식과 책, 문구류도 사  수 있는 추가예산을 신청해 두었다. 이렇게 든든하게 곳간을 채워두면 천군만마가 부럽지 않다. 열심히 뛰고 외우고 공부하다가, 아이들이 살짝 지치고 힘들어 보일 때쯤 외친다.


얘들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어. 진짜요? 너무 좋은데요!



잘 챙겨 먹이고 즐겁게 공부하면 아이들은 절로 참여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방과 후에 하는 수업이라도 절대 결석하지 않는다. 100% 출석률로 기말고사 시험 전 마지막 수업을 야무지게 한다. 그리고 우리끼리 자축의 의미로 소소한 파티도 한다. 아이들의 소원음식인 햄버거도 먹으러 가고 서점도 가고 대형 문방구도 간다.



문제집도 아니고 만화책도 아니고 그냥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보라는 나의 주문에 머리를 긁적였지만 서가를 돌며 고민하는 그 뒷모습이 어쩜 그리 지적으로 보이던지..

한참 후에 골라온 책들을 멋쩍게 내어놓고는 "고맙습니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소규모 수업만의 치명적 매력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수업을 구성하고 작은 성취감과 소소한 긴장감을 더한 활동을 추가하면 멋진 시간이 완성된다. 가까이 보니 아이들은 여전히 해맑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집 나간 공부의 재미를 찾게 해서 자신감을 되찾게 해 주니, 빡빡한 수업으로 지친 나도 가르치는 즐거움, 보람과 긍정의 에너지를 다시 찾을 수 있었고. 즐거운 활동과 자발적 참여, 가르치는 보람과 기쁨의 콜라보는 무한충전 막강파워를 갖추게 만들었.


그리고 며칠후, 기말고사 결과 도착. 영어시험 성적 상승, 문제를 찍지않고 풀었다는 희소식까지. 이로써 방과후 어벤져스 임무는 화려하게 완수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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