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천개의 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요일 Jul 08. 2024

노래 한 곡 부르고 가실게요~~

All Right (Music) Cafe

얘들아,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
파티하자!


한 학기 동안 자유학기 수업으로 1학년을 맡았었다. 영어그림책을 읽고 샛길활동을 하고 나만의 그림책을 만드는 대단한 프로젝트가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마지막 시간에 특별 파티를 한다. 장기자랑, Talent Show를 한다고 아이들에게 미리 말해놓은 터다. 수업종이 울리고 아이들도 나도 들뜬 기분으로 교실에 들어선다.


선생님, 진짜 노래 부르는 거예요?
저 진짜 못하는데~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한 아이가 못하겠다면서 죽는소리를 한다. 나는 괜찮다고 한다. 실력을 뽐내기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경쟁하기 위한 것도 아니니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즐기 된다고, 부담 가질 필요없다다독이고 안심시킨다.



얘들아, 샘이 멋진 노래방
친구도 준비했어.
마이콜이라고 해.
나의 부름에 응답하는 기계, My call!




 발표할 때도 쓰고, 이렇게 장기자랑 할 때도 쓰려고 미리 구입해 둔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그리고 나부터 한 곡 하겠다고 설레발을 친다. 실은 내가 어설프게 시작해야 아이들도 긴장감풀고 노래를 부를테니 먼저 마이크를 들어 본 것이다.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노래방 반주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음을 놓치고 음정도 제 멋대로 하지만 당당하게 부른다. 그러곤 1절까지만 하고 stop 한다.


얘들아, 이렇게 못 불러도 할 수 있어. 즐기려고 하는 거니까 긴장 풀고
 재밌게 하자.
누가 먼저 할래?



어설픈 내 노래실력에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었을까. 한 팀이 용기내어 손을 다. 어서나오라고 손짓하고 마이크도 하나씩 쥐어준다. 제법 폼이 난다. 지켜보던 아이들도 박수를 치고 노래가 시작된다.


화려한 기계 마이콜과 열창 가수


그렇게 이어서 몇 팀이 노래를 불렀을까. 어느새 쉬는 시간이 되었다. 추가 신청자들이 있으면 칠판에 이름을 적으라고 한다. 한 명 한 명 멋쩍어하며 나오더니 어느새 10팀이 넘게 신청한다. 다시 노래가 시작되고 5팀 정도 불렀나. 분위기가 무르익고 아이들 공연에 흠뻑빠져 손뼉을 치며 감상하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톡톡 친다.


선생님, 저 한 곡 더 불러도 될까요?


 

이럴 줄 알았다. 막상 해보면 이렇게 즐거워 할 거면서 그렇게 빼고 내숭을 떨고 그랬던거였다. 앙큼한 녀석들~~ 어느새 15팀이 넘게 리스트를 작성하고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가온다. 아쉽지만 뒤의 몇 곡은1절만 듣고 종료한다.


앉아서 구경하는 아이들은 미리 나눠준 쮸쮸바를 하나씩 입에 물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떼창을 부르고 난리다. 상기된 모습으로 신나게 즐기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귀엽기만 하다.



기어이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 선언한 아이는 그대로 두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 휴대폰 말고도 놀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은데 늘 스마트폰만 들고 사는 아이들이 불쌍해보여 준비한 시간이었다. 다양하게 노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빼고 못한다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이렇게 노는 방법을 하나 더 가르치니 이보다 더 뿌듯할 수가 없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방과후 어벤져스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