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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천개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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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Sep 01. 2024

수업과 음악방송, 그 사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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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음'자도 모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은 베토벤, 조용필 저리 가라다. 음악 선생님도 아니고 음악에 관한 어떤 지식도 없지만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수업시간에 음악은 약방에 감초라고나 할까. 음악이 없는 수업은 앙꼬 없는 찐빵같다.


학교 수업은 1교시~7교시까지 있다. 같은 수업이라도 더 힘들고 덜 힘든 때가 있는데, 가장 힘든 때는 1교시와 5교시.

1교시엔 아침이라 아이들이 잠이 덜 깨 눈꺼풀이 반쯤 내려와 있고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반응이 0.5초 정도 느리다. 이럴 때는 잠 깨우기 필살기에 돌입한다.


음악으로 뇌를 깨우기

본문의 어떤 단어든 연상되는 노래를 듣거나 부른다.

 

Let's meet at 12 o'clock!


12시 하니까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얘들아. 너희들 이 노래 알아?" 다짜고짜 묻고는 내 멋대로 노래를 불러본다.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둘이서 만나요. 부라보콘
살짜꿍 데이트, 해* 부라보콘



이렇게 내가 노래를 부르면 게슴츠레했던 아이들의 눈이 동그레 지고 '이게 뭐지? 처음 듣는 노랜데'하는 신기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다음 발표는 재희!
아, 얘들아. 근데 너희들 'J에게'라는 노래 알아?

제이, 스치는 바람에
 제이, 그대 모습 보이며~


가을에 딱 맞는 감성의 노래라  선곡이 나쁘진 않다. 그런데 아이들 표정은 진기명기를 보는 것처럼 어리둥절하다. 이쯤 되면 잠은 다 깨고 애들은 수업에 열띤 반응을 하며 집중하기 시작. 작전성공!



몇몇 아이는 이 노래 엄마가 잘 듣는 다며 아는 척도 해주고 나 혼자 신나지 말아야 하는데 결국 흥이 올라 유튜브 재생버튼을 누르고 만다. 애들은 졸지에 가요무대인 듯 추억의 노래 속으로 강제소환되고. 바쁜 진도 속, 잠깐의 휴식은 필요하다며 합리화하지만 아이들은 영 감을 못 잡는 눈치다. 아이들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음악 속으로 빠져드는 거겠지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 버리고 나는 감성에 푹 빠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Just for 10 minutes

"저스트 퍼 텐미닛"은 이효리만 외치는 건 아니다.  5교시나  체육시간 뒤의 수업에 꼭 필요한 비장의 카드가 바로 이것이다. 이 시간엔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가면 격렬한 신체활동 후 몸에서 분비되는 땀냄새와 헐떡이는 숨소리로 교실 안은 텁텁한 습기가 가득하다. 어설프게 수업했다가는 집단 수면 상태를 면치 못하므로 새로운 필살기를 펼친다.


무조건 스피드 한 게임을 한다. 신체를 이용한 눈치게임, 빠르게 읽기 릴레이 게임, 이구동성 게임 등 역동적인 게임으로 잠에 빠질 시간이 없게 초스피드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는 10분 일찍 수업을 마친다. 그리고 딱 10분 낮잠 타임에 돌입한다. 먼저 백색소음이나 자장가를 틀고 소등한다. 그리고 나도 입을 닫는다.


얘들아. 눈감고 코 자자!



문법에는 팝송이지!

듣고 보고 느끼고 만지는 동사, 지각동사는 목적어의 행동을 설명하는 목적보어로 동사원형이나 현재분사만을 취한다. 이것을 백번 설명해도 헷갈리지만 팝송을 들려주고 흥얼거리게 만들면 저절로 학습이 된다. 이번엔 특별히 신나는 댄스곡으로 준비했다. "Dance Monkey"



They say oh my God I see the way you shine
Take your hand, my dear, and place them both in mine
You know you stopped me dead while I was passing by
And now I beg to see you dance just one more time


"제발 춤추는 걸 한번 더 볼 수 있게 해 줘~~"라고 애원하는 구문은 둠칫두둠칫 음악과 함께 see you dance!!로 따라 부르고 외워버린다.


음악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졸릴 땐, 모닝콜의 힘으로 뇌를 깨워주고, 피곤할 땐 부드러운 음악으로 숙면을 유도한다. 어렵고 힘든 구문을 공부할 땐 노래가사로 흥얼거리며 문장을 통째로 외워버리게도 만든다. 이렇게 배운 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 즐거웠던 추억과 함께 머릿속에 남은 영어 문장, 단어는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다. 가요무대인지 가요톱텐인지 모를 구시대 음악이지만 그 효과는 탁월하다. 언젠가 뮤직뱅크로 세대교체를 해봐야지 다짐을 하곤 하는데, 나의 감성이 뮤뱅까지 가기에는 버거운 점이 있다. 요즘 노래는 아직 내 머리에 박히질 않아 입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 그래도 음악을 통한 학습의 힘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얘들아, 그래도
음악과 함께 한 영어수업,
너무 좋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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