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책 읽어주는 남자
이토록 고혹적인 책이 있을까.
나의 기억 속에서는 그녀의 당시의 얼굴에 그녀의 나중의 얼굴이 겹쳐졌다. 내가 그녀를 당시의 모습대로 내 눈앞으로 불러내면, 그녀는 얼굴이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나는 그녀의 모습을 재구성해야 한다
훤한 이마, 튀어나온 광대뼈, 연푸른 눈동자,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고 통통한 입술, 각진 턱, 넓적하고 준엄해 보이면서도 여성스러운 얼굴 모양새.
그녀는 신경을 곤두세워 경청했다.
그녀의 웃음소리, 경멸에 차서 씩씩대는 소리, 그리고 격분하거나 동조하여 지르는 외침 등~ (중략)
나는 황혼 속에서 그녀와 침대에 머물고 싶어서 더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 그녀가 내 몸 위에서 잠이 들고, 마당의 톱질 소리도 잠들고,... 부엌에 있는 물건들의 색깔 중에서 약간 밝거나 약간 어두운 잿빛 색조만 남게 될 때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60~61쪽)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예요?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넌 항상 멍청한 질문만 하는구나. 넌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간단히 가버리는 게 아냐.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쪽지를...
쪽지라고?
행동은 나름대로의 원천을 갖고 있으며, 나의 생각은 나의 생각이고
나의 결정은 나의 결정이듯이
나의 행동 역시 독자적인 방식으로
나의 행동인 것이다.(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