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월요일 오전, "카톡" 출판사 사장님의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온라인 서점에 출시된 내 책의 판매링크. 드디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수업하고 문서작업을 하고 뭔가는 하는 거 같은데 기분은 이상하다.나만 아는 흥분과 감격이 차오르고. 누군가와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이쪽저쪽 카톡방에 링크를 퍼 나르고소식을 전한다. 수업을 시작하고도 흥분은 그대로라 아이들하고도기쁨을 나눈다. 서점사이트에 게시된 포스트를 열어 보이며 궁금해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주책없이 셀프 책자랑 삼매경이다.다행히도순수한 아이들이라 '우아~진짜에요?'하며 반응해 준다.너무 고마운 아이들이다.
얘들아. 선생님 책이 나왔어. 여기 샘 이름 보이지? 책 사라는 건 아니야. 기쁨을 나누는 거야. 오해하지 말길 바라~
손에 잡히는 그것
출판사 증정본 10권
그다음 날,실물을 영접했다. 출판사에서 보낸 책 10권이 도착한 것이다. 손에 잡히는 크기, 적당한 무게와 단단한 질감, 책이라는 물건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모니터에서만 읽히고 존재했던 전자책과는차원이 다른 감격스러움. 종이의 냄새, 두께와 색깔, 책 장을 넘기는 소리와 페이지를 펼 때의 느낌, 내 이름이 적힌 표지라니, 아, 이게 실화인가.
책 10권을 누구한테 줄까 즐거운 고민 한다. 먼저 집에 둘 책 한 권을 빼고시댁친정 부모님 먼저 챙긴다. 지도교수님 두 분과 내 건강을 책임져주시는 주차의, 단골의사 선생님 세 분. 그리고 교장, 교감선생님 몫으로도 한 권씩 빼둔다. 책의 속지를 열어 사인도 하고 미리 준비해 둔 짧은 글도 적어본다. 딱 맞는 펜이 없어 고르고 연습하느라 시간이 걸린다. 마침내, 서명을 마치고 한쪽에 쌓아두면 이 순간을 기다린 막내두둥 등장. 미리 사서 모아둔 비장의 스티커를 꺼내 내서명 옆에 하나씩붙인다. 새 책인데 뭔가를 붙이면 조잡스러우려나살짝걱정스럽긴 하지만 열심히 고르고 붙이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둔다.
동네방네
이 날만을 기다렸었다. "내 책이 나왔어요!"라고 동네방네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이 오늘이다. 지인들도너도 나도 기뻐해주며 카톡방은 어느새 축하메시지로 도배되고. 그중에서 단연 으뜸은 영어과 왕언니,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지인의 메시지다. (같은 학교서 근무하는 다른 샘 제보)
빚진 삶
출판소식 후 3일 차,여기저기서 구매인증 메시지가 들어온다. 예스 24서 인문/독서분야 순위도 매일 조금씩 올라가고 판매지수도 1,000을 돌파. 모두 지인들 덕분이다.
매일 아침 베스트 순위와 판매지수를 확인하는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고작 1주일도 안된 초보초보 왕초보 작가라 성적표를 확인하는 것처럼 볼 때마다 설레고 기대된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도 오겠지만 나만 아는 이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문득
다시 책을 편다. 벌써 수십 번도 읽고 교정한 책이지만 새롭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읽힐까궁금하다. 너무 시시하거나 또 어럽진 않을까. 시끌벅적하게 소문내고 자랑하고 니니, 이제서야조금 불안해진다. 한 동안은 지인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조용히 기다려봐야겠지.
출판하고 3일 차, 초보작가의 기분은 맑았다 흐렸다 갈팡질팡이다. 그래도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감사한 하루, 고마운 오늘, 잊지 말고 지나가는 감정도 흘러가는 여운도 차곡차곡잘 모으고 다듬어서 써두어야겠다. 가늘고 긴 글쓰기의 여정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