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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22. 2024

300편의 글, 3년의 기록

가늘고 긴 글쓰기의 추억


2021년 12월 브런치 시작, 그리고 3년

300개의 글을 쌓아 올렸다. 시작하고 만 3년이 지난 시간이다. 맨 처음 3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에 입성하고 흥분과 감격에 휩싸였던 그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만 일 년 후, 2022년 겨울엔 100개의 글을 쓰고 백명의 구독자를 기념하며 백일파티를 했었다. 또 얼마 후, 2023년 5월에는 전자책 <천천히 읽고 나누는 즐거움 슬로리딩>을 출판했고. 지금은 만 3년이 지나고  300개의 글을 완성하고, 구독자수도 300이 되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첫 종이책 <샛길독서>를 출판했다.


가늘고 긴 글쓰기의 역사

거창하고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내 생각과 느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그 무언가를 최선을 다해 글로 써보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쌓아 올린 매일 조금씩의 힘은 생각보다 컸고 나만의 목표치를 하나씩 설정하고 이룰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인 성과의 밑바탕이 되었다. 책 출판을 준비하면서도 그 순간의 어려움과 한계, 그 과정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남겨두었고 일과 가족, 친구와 지나치는 계절, 환경의 변화도 꾸준히 기록해 두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기록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내 소박한 역사였고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었고 답을 찾고자 애쓰는 방황이었다. 바깥의 자극, 그로 인한 내 안의 반응과 변화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은 글을 쓰기위한 단 하나의 동기였고 쓰는 행위로 연결되었다. 글 쓰며 쌓아 올린 성찰의 시간은 보다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되었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등대가 되었으며 단단한 나를 만드는 훈련의 시간이 되었다.


흔들리는 몸

흔들리지 않기위해 글을 썼지만 오히려 더 출렁거렸다. 단단하게 버티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더 꺾였고 아팠다. 결국에는 포기했어야 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대신에 힘을 빼고 바람에 나를 맡겼다. 주변의 변화가 이끄는 데로 가만히 있었다. 멈춤과 순응으로 항복했다. 하지만 이상한 건, 지는 것 같았지만 지지 않았고 멈춘 것 같았지만 후퇴하지 않았다.


과거의 틀로 현재를 바라보는 습관적인 선택을 멈추게 되니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낼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일까. 글쓰기는 건조해진 내 생각과 딱딱해진 사고의 틀의 전환점이 되었다. 문득 떠오른 질문을 지나치지 않고 따라가 쓰고 스치고 지나치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적고, 당연해서 몰랐던 것을 한번 더 관찰해서 쓰고 못 보던 것을 새삼 발견해서 호들갑 떨며 기록했던 그 모든 행위가 굳어가는 사고의 유연함을 키우는 무던한 성장의 과정이 된 것이다.


단단한 뿌리

흔들리는 바람에 맥없이 가지가 꺾이고 몸이 뽑힐 줄 알았다. 아프고 괴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지는 부드러워지고 뿌리는 더욱 단단히 아래로 뻗어나갔다. 분노, 아쉬움, 후회와 슬픔의 짧은 감정의 변화에 매몰되지 않게 되었다. 폭풍 같은 감정이 와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글쓰기 과정을 통해 그 모든 상황의 이면이 읽히기 시작했고 깊은 성찰과 고민을 통해 나타난 감정의 뿌리를 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은 곧 나에 대한 이해로 굳건해졌다. 흔들리는 건 나였고 조급한 건 내 마음이었던 것이다. 흔들리는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작고 큰 감정이 왔다 갔다 움직이는 것을 지켜본다. 그럴 수 있을 만큼 나는 조금 자랐다. 어른의 성장은 이런 것일까.


나는 지금 분노하고 있다.
나는 지금 서운하다.
나는 지금 외롭다.



감정에 솔직해지기

차오르는 감정을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구분하고 빨리 처리하고 싶어 했던 나는 그것을 보고 이해하고 지나가길 기다리고 그것에 대해 적고 쓰고 기록하며 나를 돌본다. 나를 잘 돌보는 것이 결국 세상 모든 평화의 시작임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좋은 곳에 있다 해도 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걱정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 해도 그걸 느끼고 수용할 내 안의 여유가 없으면 그 모든 것이 지옥이 되기도 한다. 그 당연한 이치를 글쓰기라는 수행을 통해 힘겹게 터득하고 있다.

 

그래서 계속 쓴다.

가늘고 길게 계속 쓴다. 쓰는 것이 지금 나에겐 살아있는 자의 최소한의 도리고 내 안과 밖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명상이고 기도다. 그저 씀으로써 내 안과 밖의 많은 전쟁과 다툼, 갈등을 막아냈다. 내 안의 폭풍과 소용돌이가 쓰기를 통해 통과했다가 빠져나갔다. 그래서 난 또 계속 쓴다. 써야 산다. 살려면 쓴다. 씀으로써 나아간다. 쓰는 내가 더욱 온전하다.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라라크루10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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