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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29. 2024

<샛길독서> 즉석 사인회

가늘고 긴 글쓰기의 추억

책이 나오고 2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연말 모임과 송년회가 있을 때마다 책 출간을 축하한다고 박수도 받고 축하인사도 받는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몇몇은 책을 꺼내놓는다. 펜까지 준비했다면서 사인을 해달라고. 실은 오래전부터 이 상황을 시물레이션 하고 준비했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되니 민망하고 어색하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첫 장을 펼쳐 미리 생각해 둔 문구를 떨리는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는다. 사인까지 해서 건네주면 지인들은 책의 소감과 리뷰를 전해주기도 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맙고 또 소중다.


B.T.F. 송년회


제자 석환이는 광화문 교보에 들려 책을 사서 오는 길에 벌써 책을 다 읽었다며 소감을 전해준다.


선생님,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선생님께서는 장학사나 승진 준비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신 선생님만의 샛길을 꿋꿋하게 이어나가시면 될 것 같아요.


감격스러운 말이다. 그는 남들이 정한 길을 늘 마뜩치않아했던 내 속내를 알아챘을까. 긴 시간 생각을 나누다 보니 이제 나에 대해서는 도사가 다 되었다. 당당하게 나의 길을 가라는 말, 그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머나먼 천안에서 온 주연이, 지하철을 타고 오는 긴 길에서 읽었다면서 책을 내민다.

선생님의 주변이 선생님을 통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엄마가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도 책을 꺼내 읽어주셨던 기억도 나고요.

샘이 학교에는 꼭 필요한 사람 같아요.



내 친구의 딸 지우도 엄마가 꼭 사인받아오랬다며 5권의 책을 낑낑대며 들고 와 꺼낸다. 어느 하나 고맙지 않은 손길이 없다.



동네 한의원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 가는 한의원, 꼼꼼하고 세심하게 내 몸을 살펴봐주시고 치료해 주시는 든든한 주치의시다. 고마운 마음에 책 한 권에 사인해 드렸더니 병원 대기실에 다소곳이 놓여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찰칵!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책 모임을 하셨어요?
책 쓰느라 고생하셨겠어요.
덕분에 이렇게 병을 얻긴 했지만.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해드리고 했어요.
다들 대단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침대 구멍에 머리를 박고 침을 맞는 데 뒤통수에서 한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번에 드린 책을 보셨나 보다. 피드백도 주시고 지인에게 추천도 하셨다고 말씀하시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4층교무실

 교직원 동아리에서 사준 내 책을 잔뜩 들고 교무실 문을 연다. 책을 드린다고 하니, 너도 나도 사인해달라고 줄을 서신다. 기쁘고 재밌는 풍경에 유명인이라도 된 듯 교무실 구석에 책을 쌓아두고 즉석 사인회를 시작한다. 마음씨 좋은 한 선생님이 그 모습을 찰칵!



블로그 소개글


며칠 전 김동식작가의 강연회에서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책이 나오고 나서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내 책 제목을 검색해 보는 것, 누군가가 리뷰를 써주었나 싶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해본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그러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반가운 블로그 글 하나. 내 책을 읽고 소감과 소개를 올렸다. 반갑고 신기하다. 곧바로 고맙다고 댓글도 달았다.




독서일보 : 신간소개

https://naver.me/G2Eb9u3f

뜨악!  내 책 기사가 났다니 ~  몰랐다. 신간도서를 소개한 기사. 짧고 굵게 기사도 하나. 쌩유베리감사~~


남편 플렉스

책 소식을 듣자마자 남편은 10권을 즉시 결제했다. 필요한 곳에 선물하라며 플렉스 했다. 덕분에 여기저기 인사드리고 선물드릴 책이 생겼다. 축하인사는 나중, 결제는 먼저. 역시 배운 사람은 다르다.


10권 즉시 구입 플렉스


울 엄마 아빠


병임아. 책 몇 권만 보내봐.
사인해가지고


출판소식을 알리고 며칠 후,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책이 나한테 있는 줄 아시고 책을 보내라고 하신다. 책이 나한테 있는 건 아니고 작가도 초기 10권만 무료로 받고 더 필요한 건 사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엄마는 10권이 필요하시다 한다. 작가용 몇 권이랑 남편이 산 책 몇 권을 더해 사인까지 해서 보내고 나니 엄마는 이번 주말밥이나 먹자며 호출하신다. 부리나케 달려가니 맛있는 갈비가 딱! 김장김치랑 쌈에 게눈 감추듯 쫩쫩 맛나게 흡입. 밥을 먹고 나니 엄마는 주섬주섬 봉투를 내미신다.


부모님의 축하편지

삐뚤삐뚤 글씨지만 정성이 가득한 내용에 현금 오만 원짜리가 몇 장 담겨있다. 뭉클하다. 내가 자랑스러운 딸이 되었다니...



모두 함께여서 가능한 일

혼자 한 것 같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에 널리고 깔린 게 책이지만 출판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글을 쓰고 모아서 원고를 작성해 출판사에 보내는 것이 첫 번째 고비, 수많은 거절 끝에 출판계약을 따내는 것이 두 번째 고비, 내용을 수정하고 편집해서 책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세 번째 고비다. 일단 책이 나오면 다 끝난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잘 팔리하는 것이 마지막 고비다. 출판을 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는 출판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책이 나오면 독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인과 가족을 총 동원해 초기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책 소개 한 번 하는 것도 민망하고 읽어달라 리뷰 부탁한다 말하는 건 미안하고 이런 내 마음을 알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사서 읽고 피드백해 주는 센스쟁이 지인들도 있지만 홍보는 또 다른 영역의 것이다.


이제 지인찬스는 거의 끝나간다. 고마운 분들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익명의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모을 차례다. 어떤 분들이 내 책을 만나게 될까. 그분들은 내 책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두근두근 벌써부터 궁금하고 설렌다.



#라라크루10기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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