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진로수업
배에 힘을 딱 주고
목에 힘을 빼세요.
입과 머리 전체 공간을 다 써서 불러야해요.
목만 써서는 안되구요
지난 달 부터 시작한 보컬 수업이 이제 두 달째 접어들었다.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은 목에 힘을 빼라는 것이다. 원래하던데로 노래할 뿐인데 어떻게 해야 목에 힘을 빼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않는다. 힘 조절해서 목쓰는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일까. 선생님처럼 깊고 가볍게 고음을 시원하게 뽑아 내고 싶지만 내 목소리는 신통치않다. 내가 노래하는 걸 들으며 선생님은 어떤 때는 그게 맞다하고 어떤 때는 갸우뚱한 표정을 짓는데 뭐가 다른지 전혀 모르겠다. 답답하고 긴 여정이 될 것 같은 예감.
잡념을 없애는 덴 노래가 최고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정해 1~2주 정도 연습하고 보컬레슨을 받으며 독파한다. 학교 아이들과 공연을 한다고 노래연습을 시작하면서 보컬 수업을 시작했었다. 더 늦기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괜한 걱정과 근심을 잊고 싶은 생각에 도전했다.
내 전략은 적중했다. 출근길 버스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젖고 버스에서 내려 학교까지 걷는 길에도 노래를 흥얼거린다. 단풍이 한창인 가을길을 걸으면 감성 가득한 무념무상, 최고의 힐링코스가 된다.
반백의 깨달음
힘을 빼야좋은 건 노래뿐이 아니었다. 백세인생의 절반쯤 된 요즘 드는 생각은 자기계발과 노력으로 채우느라 애쓰던 시간이 전반전이라면 나머지 인생의 반은 힘을 빼고 여유롭게 살아야하지 않나 싶다. 내 뜻대로 되는 일도 없지만 전혀 안되는 일도 없고 완전히 새로운 일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아웅다웅 가까스로 지지고 볶고 애쓰는 일은 그만하고 싶다. 그저 물흐르듯 편안하게 살은 마음. 닥치는데로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또 어찌저찌 위기를 모면한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일까. 갈등이 생겨도 내 고집을 끝까지 부리기보다는 그저 내 생각을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잘 전하고 거기서 멈춘다. 그 이후 상대의 반응과 이해는 내 것이 아니기에, 타인에게 향하는 불필요한 기대와 바람이 내 안의 괴로움을 키우는 근원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작고 소박한 행복을 챙기며 즐기는 것이 최선의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코노와 저녁산책
저녁을 먹고 산책겸 시내에 간다. 요즘 혼자 헤드폰끼고 걷는 멋에 빠진 막내와 함께 따로 또 같이 선선한 바람따라 발맞추어 걷는다. 엄마랑 데이트라 신이 난 막내는 코노(코인노래방)에 가자며 조른다. 노래방은 언제나 콜! 나의 18번(애창곡) 리스트가 점점 늘고 있으니 걱정없다.
학생들이 주고객층이 코노엔 화장실, 욕실, 그네, 핑크 등등 다양한 컨셉의 노래방 부스가 있다. 막내는 화장실 컨셉 부스를 선택하고 신이났다. 변기의자에 앉아 열창하는 막내, 세상 모든 근심없이 그저 열창하는 그 모습에 고음불가이면 어떠랴. 아무생각없이 편하게 한 곡 부르면 그걸로 족하다. 막내랑 주거니 받거니 번갈아 노래하며 '40분에 5,000원' 소박한 즐거움에 푹 빠져본다.
애쓰지않고 살면
목에도 힘이 빠지려나~~
#라라크루
#13기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