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독서> 북콘서트 시즌2 리뷰
만약 네가 저녁 8시에 온다면 나는
아침 8시부터 떨렸다. 심하게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한 건 아침부터였다. 오늘이 그날이다. 두 번째 북콘서트가 있는 날, 막바지 준비하느라 손 발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심장은 아침부터 쿵쾅거린다.
안내장 만들기
간단하게 선곡과 청중 참여 페들렛 QR만 담은 안내장을 만들고 출력해서 응원 문구가 담긴 엽서에 붙인다.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간식과 상품준비
남편의 찬조로 작은 하트 백설기와 새콤달콤한 귤도 한 상자 샀다. 집에 모아둔 기증물품까지 챙기니 짐이 제법 무겁다. 하필이면 오늘 날도 춥고 바람까지 불어서 오실 손님들이 걱정이다. 아무쪼록 무사히 오길 빌며 공연장소로 출발한다.
막바지 리허설
중학생 팀 "재겸이들"이 늦는다. 6시까지 오기로 했는데 함흥차사다. 6시 20분쯤 보겸이의 카톡 메시지, 피시방에서 게임 삼매경인 재민이의 모습이다. 아무리 가자해도 움직이지 않는 재민이 때문에 발을 동동거리는 보겸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바로 재민이에게 전화한다. 어디냐고 묻자, 죄송하다고 지금 바로 가겠다고 말한다. 즉시 잘못을 수긍하니 할 말이 없다. 조심히 빨리 오리고 당부하고 기다린다. 질풍노도 중학생과 뭔가를 하려면 기다림이 필수다. 밴드팀과 내가 함께하는 곡을 불러보고 다른 팀들도 리허설을 한다. 재겸이들도 마침 도착, 이제 공연 시작이 1시간 남았다.
하나, 둘 채워지는 자리
이번에는 동료교사들과 친구들을 초대했다. 고맙게도 40석 모두 매진, 혹시나 자리가 모자랄까 걱정이었는데 인생뮤직 원장님이 여기저기서 의자를 공수해 오신다. 손님들은 오시는 것도 감사한데 두 손 가득 뭔가를 잔뜩 들고 들어오신다. 꽃다발에 초콜릿에 편지에 다양한 선물에 감동하고. 사진도 찍고 책에 사인도 해주면서 남은 한 시간을 채운다.
드디어 시작,
Part 1. 모순
어린 왕자는 다른 행성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어른들을 만난다. 숫자만 계산하는 어른, 백성이 없는 행성에서 왕이라고 자칭하는 어른, 술을 먹는 자신이 부끄러워 또 술을 마신다는 사람, 지리학자지만 연구하느라 자신의 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까지 모순투성이의 어른들을 계속 만난다.
첫 번째 주제의 사회는 내가 맡았다. 그림으로 대화를 유도하고 특히나 어린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생각보다 답이 쉽게 나오진 않아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주제에 다가갔다. 첫 곡은 혁오의 <Tomboy>. 내가 노래 부르고 밴드 <춘추>가 반주한다. 방황하고 우물쭈물하는 어른의 모습이 어린 왕자 속 어른과 닮았고 또 내 모습과도 비슷하기에 선곡한 곡이다. 지난번 B.T.F와 어린 왕자를 얘기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곡이라 선곡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난 지금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우린 다른 점만 닮았고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행복하지만 불안하고 서로 다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닮았고 성장하고 있지만 나이테는 보이지 않는 우리, 찬란하고 화려한 빛을 쫓지만 그 빛에 눈이 멀어지는 모습이 요즘을 사는 우리와 닮았다. 한 달 동안 연습한 노래를 가삿말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 노래하고 밴드의 음악도 좋아서 꿈만 같이 한 곡을 끝냈다. 후렴을 같이 불러준 청중들의 참여까지 아름다웠던 곡이었다.
이어졌던 곡은 밴드 <춘추>의 No pain, 실리카겔이라는 밴드의 곡이다.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래. 밴드 <춘추>는 제자 석환이와 진서, 그리고 그들의 친구 두 명이 함께 하는 밴드다. 2023년에 결성되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공연을 못하다가 오늘 이 자리가 첫 무대가 되었다고. 과연 그동안 기다렸던 열정과 사랑이 느껴지는 충만한 무대였다.
Part 2. 상처
두 번째 주제는 꽃과 가시, 만남과 이별, 외로움과 상처를 주제로 한 무대이다. 제자 석환이가 능수능란하게 사회를 본다. 장미를 닮은 친구, 은찬이를 소환하여 소개하고 입담을 과시하며 재밌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특히나, 자기 경험과 연결한 장미와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어지는 곡은 '꽃과 어린 왕자', 예전에 같이 근무했었던 음악선생님께서 흔쾌히 참여하고 꾸며주신 무대다. 어린 왕자 이야기를 노래로 들어볼 수 있는 무대였고 특히나, 성악을 전공하신 선생님의 고급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영광스러운 무대였다.
두 번째 곡은 재겸이들의 '외톨이'. 빠른 랩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지만 가사는 혼자 남겨진 사람의 외로움을 절절하게 그렸다. 이 곡은 지난해 가르쳤던 중3 제자들이 했는데, 이번에 북 콘서트를 위해 다시 모였고 새로운 곡인 외톨이를 연습해서 부르게 되었다. 가사의 내용이 혼자 외롭게 방황하고 친구를 찾는 어린 왕자 모습과 비슷해서 추천하게 되었다.1월 한 달 동안 매주 한번씩 만나서 연습했다. 아이들은 점점 실력이 좋아지더니 본 공연에서 아이들은 속사포 같은 랩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작은 실수를 했지만 인간적인 재미까지 첨가된 더욱 멋진 무대가 되었다.
Part 3. 관계
세 번째 주제는 관계, 길들임에 관한 것이다. 지구를 여행하던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난다. 여우는 자기를 길들이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아리송한 말을 한다. '길들인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며 주제 3의 무대를 연다.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거쳐 얻게 된 답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비로소 길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 사랑스러운 노래 두 곡에 그 의미를 더해 들어본다. 첫 곡은 인생뮤직 수강생의 듀엣곡 'Give Love', 악동뮤지션처럼 귀여운 학생 둘이 화음을 맞춰 재밌게 노래를 부른다. 두 번째 곡은 B.T.F. 멤버 지우의 '첫인상'. 간드러진 목소리와 수줍은 듯 허스키한 목소리가 찰떡이었던 무대였다. 이렇게 북콘서트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Part 4. 희망
반짝이는 별을 보며 이야기하던 어린 왕자, 우린 각자 다른 별이 있다고 얘기하던 그. 우린 어떤 별을 가지고 있을까. 그날밤 우리는 청중과 어린 왕자와 음악으로 검은 밤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마지막 노래는 나와 재겸이들의 '친구여'. 사랑하는 친구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며 마지막 무대를 채웠다.
힘들어도 try
포기하지 말아
It will be alright,
alright~
추운 겨울밤, 기꺼이 찾아와 준 한없이 고마운 청중들과 무대의 불을 끄고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사진을 찍었다. 서로의 빛을 반사하고 그 빛을 다시 뿜어내며 1월의 마지막 밤이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새해를 다시 시작하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했다. 서로의 빛으로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밤이 되었다.
** 멋진 무대를 만들어준 공연팀과 순조로운 진행을 가능케한 B.T.F.멤버들, 멋진 공간을 내어주신 인생뮤직광명점 사장님, 객석을 가득 매워준 청중들께도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P.S. 그날의 감동과 재미를 영상으로 전해드립니다.
<샛길독서> 북콘서트 시즌2 영상
https://youtu.be/dE0ECZ9fgHQ?si=pbPk3yGwOeZKr-dS
Pictured by 지우, Edited by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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