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특별한 일상을 바란다.주변을 둘러보면 나만 불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밝고 찬란한 것들로 가득 차있다. 내 인생은 9할이 불안함과 지루함과 온갖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은데 세상은 왜 이리 밝은 것들로 가득한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보여줄 수 있는, 보여주고 싶은 순간>을 고르고 골라 특별한 일상과 사건만을 공유하는 공간.여행을 갔다던가 비싸고 맛있는 걸 먹었다거나 또는 특별히 좋은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어쩌면 완벽한 일상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그래, 저 사람들은 돈이 넘쳐나서 맨날 놀러 다니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분명 일상의 극히 일부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어떤 일은 부럽기도 때로는 시기심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렇다. SNS는 역시 비교와 질투, 사치만 불러일으키는 안 좋은 공간일까?
돌이켜보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어나 밥 먹고 일하기를 반복하다 잠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고르고 골라 한 달 중 한 두 번 정도 특별한 일이 생기면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하니 말이다. 빈도가 적을 뿐이지 똑같이 그러고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을 구매해 읽어 본 적이 있다.(제목의 예리함과 달리 내용은 형편없는 책이었지만) 제목에서 꼬집고 있는 것처럼 나도 시대의 유행을 거스르지 못하고 SNS의 악순환에 한몫한 것일까? 어쩔 수 없다.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지 않겠나.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나도 가능하면 특별한 일상을 바라고 또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비치길 원한다. 농담으로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굳이 우울과 어둠을 나누고 싶진 않달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좋은 일로만 가득 차있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일만 기억하고 싶어 할 뿐이다.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여행이나 기념일 정도를 기억하지 반복되는 매일매일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난 이틀 전 점심에 뭘 먹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가지의 좋은 일, 기억할 만한 일이 있다면 분명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나쁜 일들이 함께 했고, 지나갔을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런 것이다. 질투 날 정도로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러 있겠지만 확실한 건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은 없다.
최근 안 좋은 사건들로 문제를 겪고 있는 유명인들을 보며 또 한 번 느낀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안목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 아무튼, 좋은 일이 찾아왔다면 분명 수많은 힘든 일을 지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투가 난다면 뒤에 감추어진 노력들을 떠올려보자. 누군가 하고 있는 게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엄청 잘하는 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쉽게 이루어진 것은 없다.인정하고 넘어가야 마음이 편하다.나의 시기심을 덜어낼 가장 쉬운 방법이다.
지난 한 주를 돌이켜보니 변함없이 일하고 잠들고 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오늘은 그나마 전 날에 미뤄둔 할 일들을 마쳐둔 터라 나와서 점심을 먹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조금은 벗어난 이 정도가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일상인 것 같다.
어릴 땐 30대 정도면 적당히 잘 벌고 잘 먹고 걱정 없이 사는 어른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도착해 보니 알게 되더라.돈 잘 버는 작곡가가 되기엔 아직 어림도 없다.최근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지인들을 초대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이다. 진행해 보며 느낀 것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걱정과 불안을 달고 산다는 것이다. 불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친구 중 하나인 것 같다.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아니, 시간만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나이만 먹었다고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인생은 여전히 지루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