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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나잇 Apr 09. 2024

말의 뜻

부른다는 말 있잖아, 기다린다는 뜻일까? 아니면 아픔을 허락한다는 뜻? 물결무늬 파란 메시지창이 깜빡거릴 때마다 자음들이 난간을 타고 떠다니는 공간. 사람의 눈을 닮아서 가끔 두려웠고. 그 안에 너랑 내가 있었던 것 같아. 암호 같은 걸 주고받았는데 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재빠른 표정만 지었어. 찬란히 머무르고 싶어서.   


오래오래 보자는 말은 죽지 말자는 뜻일까?     


이름아, 안녕. 자주 불렀던 이유를 알까? 잔뜩 날 선 고양이털을 조금씩 쓰다듬었을 뿐인데 나에게로 와서 잔디가 되었던 날. 시간은 여전히 갈라진 틈을 메울 뿐이고. 이름아, 그래서 이름아. 어디에 있니. 너도 지웠을 네 이름을. 한겨울 동트기 전, 머나먼 무지개 끝에서 시멘트 바닥 위로 번지는 햇살들을 무수히 견디는 중이겠지. 잘게 잘린 손톱들은 꼭 우리가 나눈 반달 같고.


가끔은 닳아버릴 걸 알면서도 모두 소진하게 돼. 멈추지 못한 마음은 궤도를 넘어선 지 오래였지.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익숙한 해파리 무리처럼 둥실 거리며.


한때 그리워하다 떠나보냈노라. 제법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럽던 수수께끼.      


늙어서 다 터진 초코 우유팩은 깨끗하게 씻어서 버릴 것.     


잘 잊히지 않는 게 있어. 지나치는 순간 머리칼을 감싸고 나를 끌어안는 전등빛 같은. 찰나의 눈동자 때문에 코 꿰인 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뜨뜻미지근한 과정보다 명확한 결과를 사랑해 온 너를 아니까. 나는 무얼 해줄 수 있었나, 너는 무얼 원하고 원하지 않았나. 한창 떠돌다 기대지 못할 곳에 기대었을 그런 생각들.  


밀어낼수록 파고드는 건, 결국 허락했다는 뜻이야. 조금 더 다가오셔도 돼요. 제 속마음은 그래요. 아직 어리기도 하고요. 티를 잘 못 내는 거니까, 멋대로 멀어지지 마시라고요.     


저는 여전히 서툰걸요.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잘 모를 때 아닌 척부터 하잖아. 특히 내가 그래. 그런데 이런 나도 괜찮다며 웃어주는 사람을 만난 적 있지. 당신과 내가 함께 나눈 초성 몇 가지 말고는 남은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떠나보냈을 뿐인데 되돌아온 파도가 너무 길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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