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지나가긴 지나간 것 같다.
살면서 뭔가가 지나가는지 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이렇게 휘둘려 본 적이 있었던가?
얼마나 더 살아봐야 이놈의 인생이란 것에 대해 초연해질 수 있을런지...
내 두 다리가 중력을 견디고 서 있음이,
내 어깨가 방대한 기압을 받치고 있음이,
내 피부가 대기의 온도를 느끼고 있음이
또,
그렇게 그렇게 있고 있음이,
그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도저히 추울 수 없는,
그런 참혹한 겨울을 견뎌내고
나는 지금 봄의 한가운데 서있다.
이 봄,
이 봄,
봄이다.
4월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어쩌다 주워들은 말로 4월을 잔인하다고 표현한다면,
그 얼마나 잔인한 표현인지
그들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좀처럼 하강하지 않는 저 새처럼
나는 언제까지나 날갯짓할 것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이미 추락할 수 없는 날개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겨드랑이와 내 옆구리와 내 등에 느껴지는
절대 가벼울 수 없는 이 날개가 아직은 나에게 좀 더 휘저으라 독려한다.
또다시 맞이한 이 봄에서
나는 봄 내음을 느낀다.
나는 봄 내음을 풍긴다.
나는 봄 내음에 빠진다.
나는 봄 내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