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나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교통체증이 심하고, 주차난이 심한 서울에서는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이 굉장히 유용한 이동 수단이다.
지금은 지하철로 출퇴근하지 않지만, 나도 지하철로 출퇴근을 꽤 오랜 시간 했더랬다.
그때 지하철 안에서 생겼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둔 게 있다.
Episode 1.
현재 분당선 지하철에 앉아있는데,
바로 앞에 서있는 검정 스키니진 여자 지퍼가 열려있네.
아, 알려줘야 하는 걸까??
Episode 2.
요즘 들어 지하철에서 풀메이크업을 장착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 같다.
머리에 구루무(?)까지 끼워 말아놓고, 그야말로 풀메이크업을 시연하는...
민망할 듯도 한데 점점 많은 여성들이 동참하는 걸 보니
지하철 화장이 대세인 건가???
이러다가 지하철 안에서 면도하고 머리에 흑채 뿌리는 남자도 등장할 판이다.
아놔,
자꾸 쳐다보게 되잖아...
Episode 3.
오늘 아침 지하철,
어쩐 일인지 사람이 적다.
좌석도 널널하고, 사람들도 여유로워 보인다.
대체로 편안하게 이어폰을 끼고 편안하게 앉아있는다.
유독 나만 서있구나... ㅠㅠ
Episode 4.
출근길 지하철.
배차간격이 길다.
아마도 연착이 된 듯.
한참 후 들어오는 열차는 아니나 다를까 완벽한 콩나물시루.
오늘 아침, 약간의 늑장을 부린 터라 다음 차를 기다리지 못하고 간신히 몸을 끼워 넣었다.
다음 역,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있지만, 한 명도 이 객차 안으로 몸을 집어넣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듯하다.
그만큼 초만원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뛰어드는 한 여인.
키가 작고 아담한 체형의 여인이 격하게 내 몸을 밀치며 엉덩이부터 올라탄다.
이 여인 키가 좀 작아서 내 코밑에 여인의 머리가 놓이게 되었는데, 워낙 만원이라 머리와 코가 거의 닿아있었다.
우와우와우와~~
머리에서 풍겨오는 삼십 년 묵은듯한 담배 냄새.
내 살다 살다 머리로 담배피는 여자를 마주치게 될 줄이야.
어제 음주, 흡연을 신나게 즐기고 머리조차 감지 못하고 오늘 아침을 맞이한 것이겠지.
어제 먹은 민어회가 목구멍까지 올라올 정도니 이건 기네스감이 아닐까.
이대로 있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움직일 공간도 없는 상태에서 몸을 움찔움찔 거려 보았다.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었다.
아, 몸을 좀 뒤틀자 머리로 담배피는 이 여인이 불쾌한 듯 살짝 뒤를 돌아본다.
헐.
이 무슨 막장 사태란 말인가.
야 이 재래식 화장실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여인아!!
작작 좀 해라.
오늘 집에 가거들랑 네 베개에 코 한번 박아봐라
네 머리가 살상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다.
지하철 한 정거장이 이다지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은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