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꿈 Sep 24. 2021

웰컴 투 ‘웰컴 제너레이션’

스스로 명명하는 세대를 위한 BTS의 목소리

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각) 오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2차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 Moment)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방문한 방탄소년단(BTS)은 본 행사의 개회 연설을 통해 세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 또한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란, 2015년 70차 UN총회에서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의결된 전 지구적 공동의제를 말하며,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상의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다가오는 2030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련성을 강화하고, 주요 정상회담 및 정부 간 회의에 앞서 추진력을 구축하기 위해 개최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 Moment)’인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현장에서 한국어로 이야기했지만, 해당 의제는 그 내용에 함축되어있는 것처럼 모든 국가와 세대에 유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과도 같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 속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웰빙을 지향하는 SDGs의 이행은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면, 해법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행 연설처럼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는 개별 국가만이 아닌, 모든 국가와 전 인류의 연대와 화합이 절실하다.    

 

더구나 매년 더 깊이 체감하고 있는 다양한 기후위기는 소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상의 복합적이고도 장기적인 위기 가운데 조금씩 목소리가 확장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미래세대’라고 불리는 청(소)년 세대이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15세의 나이에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을 통해 언급한 것처럼, 미래세대들은 상대적으로 기성세대보다 더 오랜 기간 환경오염의 폐해를 마주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생존 위협과 삶의 박탈에 관한 문제를 표면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미래세대’라는 표현조차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 그들은 미래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자라나는’ 세대인 것이다. 이 지구라는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국가와 세대를 넘어 누구라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이러한 젊은 세대를 대표해 나온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는 사뭇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스스로 다양한 기회와 시도가 필요한 시기에 길을 잃은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닌, 변화에 건강히 대응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인식의 전환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들의 세대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리고 바로 그 명명의 힘이야말로 우리가 새롭게 마주해야 할 일종의 ‘가능성’일 것이다.     


그렇기에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SDGs의 수행 여부는 단순히 국가적인 약속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다각화 · 다구도화 되는 세계 속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타자와 어떻게 같은 공간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어떻게 같은 문제를 풀어가야 하느냐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 문제인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평소 국가와 인종이라는 장벽을 넘어 강력한 연대의식으로 뭉친 글로벌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라면 주목받기 어려웠을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날아온 그들은 어느 조건에 있는 그 누구라도 화합과 연대를 꿈꿀 때 비로소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이상의 의미를 돌아봤을 때 새로운 세대, 웰컴 세대의 상징으로서 방탄소년단은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 연설자로서 퍽 적합한 섭외가 아니었을까 싶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omn.kr/1v9zf)

작가의 이전글 서울시, 시민단체 ATM기로 전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