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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꿈 Jul 04. 2023

제5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참여하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자리 잡은 호혜의 경제활동

제5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가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도 해당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현장에서 느낀 감정들을 정리하여 담아보려 합니다. 


일단 먼저 '사회적경제가 무엇이기에 박람회까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혹 계실까 하여 간단한 사전 설명을 드릴까 해요. 사실 '무엇이 사회적경제고, 어디까지가 사회적경제냐'라는 질문은 그 폭이 넓어 답변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국가마다 그 정의도 사뭇 달라 더욱 어려움이 배가 되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설명하는 사회적경제를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참여하며 서로 돕고자 노력하는 경제활동 조직의 집합'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또한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정의이지만 그 안에는 사회적경제의 4가지 구성요소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하나씩 설명을 드릴게요.


첫째, 사회적경제에 소속된 기업은 이윤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닌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목적(혹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사회적경제에 속한 기업들은 독점적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아닌, 상호 도움과 이익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호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로 해당 기업은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결정권 소유자라는 의식을 담아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은 지속가능한 사회변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 안에서 운영되는 사회적경제 조직에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이 오랫동안 언급되어 왔고, 최근에는 소셜벤처나 사회적농장까지 포함되어 함께 설명되고는 합니다. 


사회적경제 운영 조직 사회적경제 운영 조직에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사회적농장이 있다 ⓒ 제5회 사회적경제박람회 디렉토리북


물론 '이런 기업들이 얼마나 있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회적경제는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들어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울우유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또한 우리가 이용하는 택시의 적지 않은 차량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회적경제박람회에 참여한 사회적경제 단체들만 해도 250여 개가 넘는다니 놀랍지 않나요?


박람회 내부 풍경, 250개가 넘는 사회적경제 단체들이 박람회에 참여하였다.


저는 전시 공간 세팅을 위해 행사 하루 전날 서울에서 먼저 내려와 작업을 하였는데요, 처음 본 텅 빈 벡스코 내부 공간이 제 생각보다 훨씬 넓어서 이 공간들을 사회적경제 내용으로 다 채울 수 있을까 의심이 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놀랍게도 시간이 갈수록 참여 부스와 이벤트 부스들이 늘어나면서 허허벌판에서 문명이 일어나는 '가상 도시 만들기 게임'처럼 순식간에 하나 둘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되더군요. 무엇보다 현장에서 수많은 참여 스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혜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둔 단체들 답게 행사 때마다 의례 있음 직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조차 없이 공간 세팅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 당일의 벡스코 풍경, 제5회 사회적경제박람회는 장마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행사기간이 장마가 시작되는 주간이라 제가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잘 알려진 유명 박람회에 비해 다소 낯선 주제이기도 하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과연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공간 구성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빗소리를 들으며 노심초사 반복적으로 기상 앱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궂은 날씨임에도 행사 첫날 정말 많은 분들이 사회적경제박람회에 방문을 해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입구부터 길게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감격스러운 기분마저 들더군요. 동시에 특별히 기뻤던 점은 참여 연령대가 정말로 다양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르신 분들부터 나이 어린 학생들까지 이렇게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유추하건대 아마도 그 이유는 해당 행사가 단순히 참여 단체의 물품 홍보나 판매만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토크콘서트, 초청 강연, 문화 공연, 업사이클링 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나 시민 체험공간이 곳곳에 많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곳저곳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다양한 체험거리에 즐거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행사 초청 강연 현장에서는 토크콘서트, 초청 강연, 문화 공연, 업사이클링 체험 등의 다양한 부대행사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를 통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사회적경제가 많은 이들의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행사장 안에 있는 이들의 표정 속에서 이질적이거나 생소하다는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교환하고 나누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사회적경제의 취지는 사실, 우리가 조상 때부터 오랜 기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던 생활의 방식과 닿아 있습니다. 


그런 시선으로 행사장을 바라보니 사회적경제 박람회가 마치 마을과 마을 사이 어디 즈음에 열리는 지역축제의 한 마당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행사 내내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국악가락이 흘러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어쩌면 이런 우리 전통의 공동체를 상기시키기 위한 깊은 전략이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회적경제박람회장 입구, 내년도 사회적경제박람회는 인천에서 개최된다.


올해 사회적경제 박람회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내년에도 다시금 시민들 앞에 변함없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2024년에 인천 송도에서 개최될 행사를 떠올리니 다시금 다음 해를 기다릴 이유가 하나 더 생겨난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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