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과 공휴일이 겹치면
토요일과 공휴일이 겹치면 다소 맥이 빠진다. 금요일이 현충일이었다면 오래간만에 푹 쉬었을 텐데. 물론 어제 반차를 냈지만 병원 검진 때문에 낸 거라 할 일을 한 기분이었다. 물론 해가 쨍쨍할 때 회사를 빠져나오는 건 다행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로 달려라 하니를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니의 행동을 욕하며 이런저런 영상을 보는데 토이의 내가 남자 친구라면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고등학교 때 광주에서(아버지가 계시던) 케이블로 숱하게 봤던 그 뮤직비디오, 눈을 감아도 자동 재생될 것만 같은 그런 비디오였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빵집에 가고 곡 작업을 하는 유희열의 모습, 어릴 때에는 나중에 크면 꼭 그렇게 살아야지, 하고 가슴 뛰었었다. 그리고 지금, 비슷한 생활을 한다. 자전거도 타고 빵을 사고 커피를 타고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도 쓰고. 그런데 솔직한 심정은 고등학교 때보다도 더 허기지고 즐겁지 않다. 물론 즐겁긴 한데 엄밀히 말하면 내가 하는 독서나 산책 이런 것들을 즐기지 못하는 상태랄까. 원인도 모르겠고 에너지를 쥐어짜 내고 싶지도 않다. 그저 오늘 점심엔 맛있는 걸 먹고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어제는 노션 강의를 들었다. 1시간 무료 강의였는데 무척 도움이 됐다. 에버노트 프리미엄 1년권을 끊은 게 작년 7월이었다. 이제 거의 구독 기한도 끝난 데다가 에버노트에 글을 쓰는 게 좀 지겨워져서. (뭔가를 오래 지속하는 게 힘들다.) 노션을 활용해볼까 싶었는데 이건 뭐 일반적으로 블로그에 쓰던 것과는 다소 다르게 DB가 차곡차곡 쌓이는 개념이라 관련 책을 찾아봐야지 하다가 어제 강연으로 답답한 맘이 해소됐다. 앞으로 일기랑 독서 관련 글은 노션에 써야지.
요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기만 하지 그걸 정리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뭐라도 있으면 낫지 않을까 해서 교보에서 반값 할인하는 몰스킨 노트도 샀는데 아직 펴보지도 않았네. 노트를 쓸 때 난 처음 1~2장은 진짜 정자로 또박또박 쓰는데 중간중간 막 휘갈겨쓰고 아무 의미 없는 낙서도 하면서 그 노트에 대한 정이 떨어진다. 사실 그게 나인데. 이상하게 완벽한 노트에 대한 열망이 커서 중간까지 쓰다가 버린 다이어리가 수두룩하다. 그냥 낙서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건지. 이상한 집착이 있다.
아내가 프로필을 만들어줬다. 어젯밤에 다른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 뚝딱 만들어줘서 모든 sns 계정의 프로필을 바꿨다.
자주 입는 후드에 책까지. 내가 드러내길 바라는 정체성이 다 들어가 있는 프로필. 내가 디자인할 능력은 없지만 예쁜 것들은 갖고 싶은 마음.
확실히 노트북을 켜고 블로깅을 하는 것보다 핸드폰에 블루투스 키보드 연결해서 아무 말이나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노트북을 켜면 에버노트 켜지, 엠팍 한번 들어가지. 네이버 뉴스 기웃거리면 30분 정도 지난다. 약간의 죄책감을 안고 글을 쓰는 셈이다. 어제는 친구에게 브런치 주소를 주고 좋아요나 달아달라고 했더니 왜 일기장이냐고. 자기 스타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 안다. 그래도 좋아요만 달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