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인 1집 - 음악가 자신의 노래
군대에서 맥심을 애독하던 시절, 캐비넷 싱얼롱즈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대학교 스쿨밴드 같은 인상의 세명, 그중 한 명이 김목인이었다.
그때의 맥심은 남성잡지의 역할에 충실했었고 앨범 리뷰, 가전 테크, 밀리터리 기사가 볼만했다. 음악에 굶주린 시절이라 맥심에 나온 음악 기사를 집중해서 읽었고 휴가 때 잔뜩 기대하고 앨범을 들었다. 그러나 음악은 그냥 심심했고 한 두 번 듣고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몇 년 후 2012년, 군산에서 김목인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들었다. 십 년 만에 내려온 군산이었다. 친구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뭔가를 확신한 듯 자신의 길을 향해 갔다. 뭘 모른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어른처럼 보였다.
큰 목적이 있어서 떠난 건 아니었다. 여행을 거의 간 적 없는 내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행지였다.
군산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성당과 짬뽕집을 말했다. 그럼 난 이렇게 대답했다. '이성당은 원래 유명했었지만 짬뽕집은 사실 있는 줄도 몰랐네요.' 일상에서 군산을 떠올리게 했던 매개체가 이성당과 짬뽕집이라니, 꽤 웃긴다. 그렇게 아는 척했지만 사실 난 군산에 처음 가는 관광객들, 열심히 여행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보다 더 군산에 대해 몰랐을 거다. 내가 경험한 15년 정도의 군산으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바보니까.
익숙한 곳에 갔다. 금광초등학교 옆 동국사 길을 걷고, 일요일마다 갔던 하얏트 목욕탕을 지나 흥천사를 구경했다. 우리 집이었던 월명아파트 E동 505호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내려갔다. 수없이 많은 기억들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차라리 뜨거운 촉감 같은 걸 느꼈다.
버스를 타고 은파유원지에 갔다. 내가 알던 곳은 보트와 오리배가 있던 곳, 조그맣고 아담한 곳, 초등학교 때엔 좋아하는 여자애를 포함해 네 명 정도가 와서 뭔가를 했던 곳이었지만 걸을수록 달라 보였다. 군산에 오기 전 너무 변한 그곳을 보면 꽤 감상적으로 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냥 담담했다. 다만 귀에서 흘러나오는 김목인 1집이 잘 들렸다. 그때 흘러나온 노래가 '꿈의 가로수길' 그걸 세 번쯤 반복해서 들었다.
그는 밤의 가로수 길을 따라 걷고 있었지,
그곳이 큰길의 도로변인 줄도 모른 채.
겨우 올라탄 좌석버스 안의 내게 다가와
술 취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지.
그는 오래전 헤어진 한 사람 얘길 꺼냈지.
그녀의 고향이 나의 고향과 같다면서.
사실 그곳은 나의 고향과 아무 상관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그곳에!
그곳에 가면 정말로,
그때 김목인의 노래는 적절한 길동무 같았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는, 또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친구 같았다. 그때 이후로 김목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되었다. 세상에 좋은 음악은 많고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음악인은 드물다. 지금까지 예닐곱 번쯤 그의 공연과 북콘서트를 본 것 같다. 그때마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사실 나도 그때의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에, 어쩌면 군산에 다녀와 그때는 이러저러했다고 기록했다면 좀 더 명확해졌을 텐데, 지금은 그때의 풍경과 김목인의 '꿈의 가로수길' 정도가 기억난다.
군산에서 올라왔을 때 난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었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덜 주변을 미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글이나 사진도 전혀 남기지 않은 그때의 여행을 기억하려면 김목인 1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