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의 이야기
술을 마시면 언제나 생각나는 옛날 사람, 꿈을 찾아서 오늘도 기타를 치는 옛날 사람
익숙한 나머지 의식하지 않아도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내겐 원더버드의 옛날사람이 그런 노래 중 하나다.
원더버드를 처음 본 건 잡지 SUB 1999년 1월호였다. '세기말을 빛낼 뮤지션들'이라는 테마로 세 팀을 선정했고 원더버드, 정재일(언니네이발관 2집에 세션을 했던 시절), 코스모스(SUB에서 엄청 밀었었는데...)가 뽑혔다. 정재일과 코스모스가 넘치는 가능성으로 뽑혔다면 원더버드는 이미 베테랑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보컬 권병준과 박현준은 삐삐롱스타킹과 99에서 활동했던 걸출한 뮤지션이었고 신윤철은 수많은 기타 키드들의 주목을 받았던 기타리스트였기 때문이다. 손경호는 외인부대 시절 임재범과 찍은 사진의 포스 외엔 사실 잘 몰랐지만, 여하튼 익숙했던 뮤지션들이라 유심히 인터뷰를 봤다. 거기서 기억에 남는 건 바로
-비틀즈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비틀즈 같은 음악은 뭘까. 수식어나 긴 설명이 필요 없이 그냥 들어서 딱 좋은 음악이 아닐까. 어떤 상황이나 유행에 상관없이 음악 자체만으로 힘이 대단해 죽 밀고 올라갈 수 있는 그런,
원더버드 1집이 비틀즈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앨범 전체적으로 볼 때 좀 뻔한 구석도 있고 비슷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의 몇몇 곡은 정말 대단하다. 물론 노래 자체를 떠나 권병준의 전달력과 원더버드의 연주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누가 불렀다고 해도 '옛날 사람'과 '사랑이 아니야'는 잊을 수 없는 노래가 되었을 것이다. (원더버드 1집은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는데 A면일 때엔 옛날 사람을, B면일 때엔 사랑이 아니야를 기대하며 플레이 버튼을 눌렀었다.)
옛날 사람은 내 인생의 BGM이었다. 군대에서 막연히 외로울 때 옛날 사람을 떠올렸다. 더없이 촌스러운 사람들이 선진병영을 말하는데, 차라리 옛날 사람이라고 솔직해지면 어떨까 하고 떠올렸다. 가끔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옛날 사람들이 그리워질 때 듣기도 했다. 처음 이 음악을 들었던 중학교 시절은 아저씨의 신세 한탄처럼 느껴지도 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가사 하나하나가 딱 내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랑이 아니야는 1집 중 가장 비틀즈 같은 노래가 아닐까. 매력 있는 멜로디에 잊을 수 없는 가사,
특히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나와는 닮지 않은 사람, 나를 닮아가고 있는 그녀는 더 이상 새로울 건 없어.'를 듣고 아 이게 사랑이구나 싶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 몇 년 동안 여자애랑 대화도 못했던 중학교 남자애가 그걸 보고 사랑에 대한 선입견을 쌓아갔던 걸 생각하면. 그래서 음악이랑 소설이 위험한 거구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귀여운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0년도쯤 상상마당에서 했던 원더버드 재결성 공연을 봤다. 당시 2G 폰을 갖고 다녀서였을까. 그때 찍은 사진을 찾았지만 한 장도 없었다. 공연 또한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밴드였는데 왜 그랬을까. 만약 중학교 때 그들의 공연을 직접 봤다면 어땠을까. 모든 것들은 적기의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이십 년 전쯤 봤다면 훨씬 할 말이 많았겠지.
그런 의미에서 쌈사페에서 했던 그들의 공연 실황을 링크하며 끝맺는다.
카카오에서 하는 프로젝트 100
'100일 동안 내 책 쓰기'에 참여한다.
엄청난 계획은 없지만 매일 뭔가를 쓰다 보면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겠지. 글을 쓰며 좋았던 순간을 많이 떠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