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이후 첫 해외여행
19년 3월에 이탈리아 갔던 이래 처음으로 해외 나간다. 코로나19를 거쳐 최대한 돈을 아껴 집을 마련한다는 목표 하나로 달려온 지난날,
뭐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대출금과 모은 돈으로 집 한 칸 마련했고 설날을 맞아 대만에 간다.
뉴스나 커뮤니티를 보니 인천공항 출국장에 사람이 너무 많다. 출발 5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엄청 빨리 서둘렀다.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7시에는 버스를 탔다. 홍대에서 공항철도를 갈아타니 약 8시 30분 정도에 인천공항 1공항에 도착했다.
탑승권 발권하고 짐 맡기는 에바항공 게이트 쪽으로 가니 9시 수속 시작이라 적혀있었다. 우리는 스마트패스라 따로 발권할 필요는 없었지만 짐은 맡길지 말지 고민했는데. 많은 사람을 보고 그냥 캐리어는 기내에 들고 타기로 했다. 평소보다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출국수속장에서 1시간 기다린다. 이런 건 아니었다. 어쩌면 아침이나 새벽 시간이 가장 밀리는 거였나. 뭐 그렇거나 말거나 일찍 도착해서 스벅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북 카페에는 비행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여행을 앞둔 설레는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의 대만 여행 비행기는 에바항공이었다. 비행기 타는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둘을 부르는 방송이 나온다. 보니까 우리는 따로 수속을 밟지 않아서 (셀프 체크인이라) 한번은 여권을 확인해야 해서 게이트에서 불렀다고 한다.
에바항공에 탄 분들을 보니 서울 여행 마치고 돌아가는 대만 사람 절반. 연휴에 대만 놀러 가는 한국 사람 절반이었다. 나는 거의 대부분 비행기 탈 때면 창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는데 이번엔 오른쪽 창쪽이었다.
대만 국적기는 처음 탔는데. 신혼여행 때 탔던 에어차이나와 비교한다면. 좀 더 자유롭고 느슨한 느낌이었다. (에어차이나 때는 우리 빼고 모두 중국인이었다네.)
기내식은 밥과 계란 어묵 등등. 밥, 샐러드는 괜찮았는데 좌측 하단의 케이크는 너무 달았다. 음료는 펩시로. 미리 신청하면 해산물, 비건으로 바꿔 먹을 수 있다. 한국 돌아갈 때엔 해산물로 바꿔 먹을 계획이다.
비행기에 내리니 보슬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고. 비행기 옆 대기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럭키드로우로 20만 원. 될 줄 알고 상당히 기대했는데. 결과는 꽝.
공항철도를 타고 숙소가 있는 시먼 역으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만이 낯설어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전철 느낌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익숙함. 그래도 갈아타는 건 실수할까 떨리긴 떨렸다.
전철을 타는 중 피크민을 켜고 해외 버섯을 캤다. 철도 주변에는 산밖에 없지만. 한자로 된 지명이 꾸준히 나와서 나도 잡고. 친구들도 좀 초대하고 그랬다.
숙소는 시먼 역 근처 오렌지 호텔. 방이 좁고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했지만 위치가 워낙 좋아서 그러려니 했다. 숙소 지하 라운지엔 과일이며 음료가 있었는데 그중 FIN 이란 이온음료가 (개인적으로는 포카리보다 더 괜찮았다.) 맛나서 매일 아침에 내려가서 한 잔, 저녁에 돌아오면 한 잔. 두 잔씩은 꼭 마셨다.
대만은 비가 많이 오는 기후 때문인지 대부분의 건물이 필로티 구조다. 즉 재수가 좋으면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 또 특이하다면 특이한 게 건물이 사각으로 나눠지는 모서리 부분이 모서리라기보다 얇은 면처럼 공간이 넓다.
밥 먹으러 가는 길 도중에 보피랴오 역사 거리(대만 전통 물품 등에 대한 상설전시가 있는 것 같았다.)에 갔다. 춘절이 가까워서인지. 보피랴오에서 전통 놀이를 하는 대만 가족들이 보였다. 보피랴오 거리에서도 메인 거리는 꽤 멋들어진 느낌이라 아내와 서로 사진 찍어주고 놀았다. 여담으로 좀 야한 춘리 복장을 한 여자분과 그녀를 찍는 대포 카메라 아저씨들이 있었다. 여기도 한국과 다르지 않구나라는 걸 느꼈다.
저녁은 진천미에서 먹었다. 연휴라서 춘절 전후해서 문 닫는 곳이 많다고 해서. 첫날, 둘째 날에는 맛집 식당을 가자고 해서 알뜰히 찾아갔다. 갔더니 한국 사람 반 대만 사람 반 느낌? 여기저기 한국어가 들렸다.
먹은 건 부추 꽃볶음, 계란 두부 튀김, 어향가지에 18맥주. 튀김을 먹으려고 메뉴판을 뒤지는데 메뉴판에 없어서 가지를 시킨 건데. 보니까 중간에 메뉴판이 붙어있어서 그 메뉴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아쉽지만 시킨 대로 먹었다. 두부는 정말 부드러워 입에 넣자마자 조금 놀라웠고 맛있었고 18 맥주도 음식이랑 정말 잘 어울렸다.
밥도 먹었겠다.
아내와 걸어서 좀 힙한 곳을 가자고 해서 폰딩이란 책방과 파라는 편집숍에 갔다.
책이며 문구류 가격이 엄청 비쌌다. 일반 책이 3만 원 정도였다. 대만 물가가 우리나라랑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책값은 우리가 확실히 싸다는 걸 느꼈다. 무척 사고 싶은 책이 많았지만 뭐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도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스티커 하나 샀다. 책은 영어로 된 책이 많았고 조금만 들춰봐도 무척 궁금한 책들이 많았다. 한국의 매거진 비 같은. 그런 출판물도 많았다. 물론 영어로 된 책이었다.
폰딩을 나와 조금 걷다가 들른 곳은 PAR STORE라는 편집숍이었다. 엘피에 옷에 잡지 등등. 신기하고 재밌어 보이는 것투성이였다. 선셋 롤러코스터 엘피가 눈에 띄어 얼마인가 봤더니. 음... 뭐 싸지는 않았다. 좀 특이하다 싶은 건 일본 친화적인 대만의 흔적. 히로스에 료코, ymo 호소노 하루오미, 피시망즈 등등. 정말 예쁜 맨투맨 티가 있었는데 몇 번 쥐었다 놓았다 했다.
옷을 못 산 아쉬움을 안고 곱창 국숫집에 갔다.
마치 명동 같은 거리에서 수많은 관광객들 틈에서 국수를 들고 마셨다. 기름지고 맛있긴 한데. 한 번이면 족하다 싶은 맛. 그렇게 첫날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