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어느새 이 도시에 - 김현철의 오랜만에

그리움을 자극하는 김현철 1집

by 한박달

연남동 '채널 1969' 인스타에 김현철의 공연 소식이 올라왔다.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This is the city life'란 테마의 기획공연이었다. 옛 뮤지션 중 시티팝과 접점이 있는 이들을 초대했고 그 후 호란, 스위트피도 출연했다.


언젠가부터 시티팝이란 말이 자주 들려왔다. 2000년대 초반 시부야케이처럼 자주 이야기하지만 의미가 모호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70년대~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장르로 보사노바, 스무드 재즈 등이 뒤섞인 믹스 뮤직이라는 설명도 있는데 내겐 버블 경제의 도시의 밤거리를 드라이브하는 검은색 세단에서 흘러나올법한 이미지다. 버블 시대에 긴급 이식된 서양의 여러 장르가 로컬에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힙한 음악으로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세련된 음악처럼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90년대의 새로운 감수성이었던 김현철 또한 그 시대의 시티팝처럼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뭔가 불만스럽다. 시티팝이 도깨비방망이도 아닌데 그냥 좋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김현철 1집은 고등학교 때 벅스뮤직에서 처음 들었다. 나보다 5살 많은 형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가 김현철의 전성기였다. 달의 몰락, 왜 그래, 나를, 등으로 가요톱텐에서 어설픈 댄스를 추던 샤프한 모습이 떠오른다.


1집을 처음 듣던 2000년대 초반의 김현철은 스포트라이트에서 약간 물러난 상태였다. 연애, 러빙유 등 좋은 노래를 발표했지만 순위 프로그램에서 노래하는 게 이전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런 김현철이 좋았다. TV에 나와 윤종신, 이현우 등과 썰렁한 농담을 하는 것도, 라디오에 나와 노래를 하는 것도 좋았다. 이유 없이 끌렸다고 해야 하나.


일부러 전 앨범을 들어보려고 1집을 들었는데 충격을 받았다. 왜 지금은 이런 음악을 하지 않을까, 의아했다. 80년대의 아련한 멜로디에 20살의 명민한 감수성이 공존했다. 춘천 가는 기차의 경우 너무나 유명한 노래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변주해서 불렀는데, 리메이크된 노래가 낭만 없이 빨리 가는 KTX라면 원곡은 굽이 굽이 돌아서 가는 예전 기차처럼 과거의 아름다운 정경을 품고 있었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한 노래는 그때나 지금이나 '오랜만에'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의 흥겨운 모습

나를 비웃는 가로등의 고독한 미소

나는 또 뒤돌아보지만 내게 남아있는 건

그리움



'오랜만에'를 들으면 오랫동안 가지 않은 그 장소에 가고 싶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관찰하며 가슴속에 남아있는 그리움을 확인하고 싶다.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건, 또 무엇을 하건 BGM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뭔가를 보고 또 걷고 생각하며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지금은 가지 못하는 그곳을 상상한다. 언젠가는 바로 그곳에서 '오랜만에'를 들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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