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같은 노래

루시드 폴 - 사람들은 즐겁다

by 한박달


루시드 폴을 들으면 불경이 생각난다.


미선이와 루시드폴 1집을 많이 들었다. 유희열 라디오에 나온다길래 어떤 사람인가 기대하며 들었다. 유희열이 요새 무슨 음악을 듣느냐니까 요새는 음악은 별로 안 듣고 불경을 듣는다고 했다. 그게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억겁의 시간도 전에 우리,

사랑했었어

우린 그런 사이였었어

지금 나를 만나 내 모습을 왜 모르는 건지

왜 몰라보는지

왜 그렇게도 까맣게 잊은 건지


눈을 가리는

마음을 가리는 세상이지만

나는 이렇게 너무 또렷이도 기억하고 있는데


루시드 폴 - 사람들은 즐겁다 중에서



루시드 폴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사람들은 즐겁다 를 오랜만에 들었다.


첫 소절에 불교 용어인 억겁이 나온다.

(유희열 라디오에서 불경을 언급한 게 그저 허세는 아니었나 보다.)

억겁은 보통 노래 가사에 쓰이지 않는다. 루시드 폴은 사랑 노래에 억겁이란 단어를 쓰면서 딱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준다. 그의 가사가 시 같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루시드 폴의 오 사랑은 2005년에 발매되었다. 그때의 난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다 집에 돌아오곤 했다. 외롭다는 생각이 사무쳤지만 도통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매일 접하는 책과 음악의 아름다운 세계를 함께 나눌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다.


그 서늘한 한기 가득한 계절에 루시드 폴을 들었다. 오 사랑, 삼청동 같은 노래는 그렇게 되고 싶다는 노래였다면 '사람들은 즐겁다'는 내 맘 같은 노래였다. 당시 주제가를 꼽으라면 이 노래를 뽑았을 것이다. 나만 빼고 모두들 즐거운 사람들, 부러움을 숨기려 더 구석으로 숨었던 시간이 노래와 함께 재생된다.


그 시간을 함께했던 도서관은 이제 없다.


전역하고 돌아오니 나무와 벽돌 느낌이 가득했던 도서관은 사라졌고 유리로 지어진 매끈한 도서관이 새로 생겼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해를 받지 못할 것 같은 외로움도 친구들을 만나며 사라졌다.


그러나 그때의 그 애달픈 시간은 마음속에 남아있다.


철저하게 혼자를 경험해봐야 같이 한다는 것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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