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스파이스의 새 출발을 알린 ‘항상 엔진을 켜 둘게

델리 스파이스 - D

by 한박달


델리 스파이스는 3집 활동을 마치고 3인조로 팀을 재편한다. 데뷔 때부터 죽 키보드, 기타, 베이스, 드럼의 구성을 유지했던 델리였다. 4집을 들어보면 이 같은 변화가 ‘여기까지 끝, 이제부터 새 출발’의 선언이었음을 알 수 있다.


3번 트랙 ‘안녕 비밀의 계곡’에서 그들은 ‘빈티지 501에 닥터마틴 안녕, 우리 동네 작은 레코드샵 모두 모두 안녕’ 이라며 과거와 작별을 고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새 출발과 관련 있는 노래로 그들은 안녕이라 하면서 울지 않는다. 쓱 뒤를 한번 돌아보고 힘껏 달린다.


바로 전 앨범인 3집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은 무척 어두운 앨범이었다. 어떤 속박에 지친 상태였는지 긴장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앨범이었다. 좋은 곡으로 가득한 앨범임에도 들으면 힘들었다.


4집 앨범의 곡들이 모두 훌륭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들으면 꼭 1번 트랙 뚜바뚜바띠에서 마지막 트랙 천사의 자장가까지 듣게 된다. 하나의 싱글이 아닌 전체 앨범으로, 마치 한 권의 소설처럼 완결된 작품으로 성실히 소비했다.


고등학교 때 이 앨범을 들을 때 주말에 점심을 끝내고 낮잠을 잘 때 많이 애용했다. 틀어놓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런 앨범, 한 트랙이 끝난 후 앨범의 다음 트랙이 이어지지 않으면 허전한 그런 앨범, 내겐 델리 스파이스의 D가 그런 앨범이었다. 앨범의 1번~4번까진 야구로 치면 모두 교타자에 발이 빠른 편이라 한 트랙도 거를 게 없다.


만약 그대가 온다면 항상 듣던 스미스를 들으며 저 멀리로 떠나자


특히 ‘항상 엔진을 켜둘께’ 의 전주가 나오면 빵빵한 카스테레오를 켜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처음 이 노래를 들을 때 스미스는 드라이브송과 그닥 어울리지 않는데 왜 스미스일까 의문을 가졌다.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 시간을 가질 때엔 객관적인

잣대는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어떤 노래라도 그 사람과 함께 들었다면 최고의 드라이브 뮤직이 될 수 있다.


델리 스파이스는 이후 멤버 교체도 거치고 이전처럼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마지막 앨범 같은 말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그들은 초창기 시절 당시 흔했던 스트리트 페이퍼(초창기 페이퍼 같은 잡지들)의 인터뷰 요청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오직 음악으로만 이야기했던 그들, 오랜 팬으로서 항상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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