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얄개들 1집, 그 빛나던 순간

by 한박달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 보니 허튼소리가 유행하고 있었다. 가령 '~ 해도 괜찮아.' '멈추면 보인다.' 등.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 진짜 포용력을 가진 사람도, 가만히 멈춰 선 사람도 없었다. 그 이면에 부글부글 끓는 욕망을 생각하면 징그럽게 느껴질 뿐이다.


a0276168896_10.jpg 둔촌 주공아파트에서 찍은 앨범커버


2009년에 결성해 2013년 해체한 얄개들의 1집 앨범 타이틀은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다. 거기에는 일말의 가치 판단도 들어있지 않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게 좋으니 너도 하라는 식의 주제넘은 소리가 아니다. 얄개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고 그것에 공명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모두들 웃고 있지만

니가 정말 원한다면

우리 같이 춤추자

일주일 내내 울기만 하고

멍하니 앉아있기만 해도


'우리 같이' 중에서



2012년 51+에서의 얄개들 공연이 생각난다. 한예종 지하 대공분실 공연장에서 친구들과 봤다. '청춘 만만세'라는 노래 제목처럼 가장 푸르른 시절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었다.


그때 같이 봤던 한 명과는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그 외의 친구들과는 모두 연락이 뜸해지고 뿔뿔이 흩어졌다. 간혹 트위터에서 소식을 듣거나 카톡으로 장난스레 연락을 묻지만 이전처럼 함께 공연을 보러 다니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안다.


동네 친구로 함께 모인 얄개들 또한 2013년 해체했다. 따로 또 같이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지만 얄개들처럼 밀도 높은 앨범을 듣지는 못했다.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서로에 대한 기대가 없는 관계가 오래갔었다. 왜 이렇게 나와 비슷한 게 없지 생각했던 친구는 요새도 같이 게임이나 하고 허튼소리를 나눈다. (아이러니한 일)


가을이어서 그런지 자꾸 옛날 생각이 자꾸 난다. 맥주에 얄개들 1집을 곁들이며 달콤 쌉싸름한 기분을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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