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SSAM의 마지막, 우리의 시작

by 한박달

쌈지 스페이스 바람, 클럽 SSAM, 서울에서 처음 갔던 라이브클럽이자 마지막을 지켜봤던 곳이다.


2000년쯤 서브란 잡지에 마스터플랜, 스팽글, 피드백 등 클럽의 무료 음료권이 붙어 있었다. 그걸 보며 언젠간 꼭 가리라 마음먹었다.


SSAM은 다른 클럽처럼 주류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bar도 술도 없는 전문 공연장 느낌이었다. 다른 클럽이 one free drink를 제공하는 반면 SSAM은 그런 것 없이 라인업에 충실했다.


줄리아 하트 2집 발매 공연에서 빗방울보의 무드, 피들 밤비의 유니크한 멜로디, 쌈지 숨은 고수 오디션에서 본 훈 등 기억나는 순간이 많다.


주로 혼자 봤던 공연들이라 커다란 기쁨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주변 친구 중 나와 음악 취향이 겹치는 친구가 한두 명 있었지만 공연까지 볼 열성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찾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고 수줍었었다. 그나마 SSAM은 혼자 보기 괜찮은 클럽이었다. 왼쪽 측면에 앉아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무대만 시야에 담고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외로움은 문득문득 찾아왔다.


할로우 잰 같이 시끄러운 밴드의 공연을 볼 때 누구보다 열심히 움직이고 호응하곤 했지만, 이곳에서 가장 즐거운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자괴감, 취향과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SSAM이 망할 즈음 그런 친구를 만났다. SSAM의 마지막 공연을 그 친구와 봤다. 우린 같은 동네에 살았고 걷는 걸 좋아했고 같은 추억을 공유했다. 그 친구도 첫 공연을 SSAM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SSAM의 마지막 공연에는 SSAM에서 자주 공연을 했던 밴드들이 무대에 섰다. 서로 밴드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며 함께 뛰고 같이 웃었다. 처음 같이 간 공연이 좋아하는 클럽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건 퍽 이상한 일이지만 그 순간이 우리가 함께하는 추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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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갔던 거리, 혼자 먹던 밥, 혼자 보던 영화가 모두 함께 하는 것으로 변했고 예전에 갔던 장소에 가면 그때의 기억에 머물곤 한다. SSAM은 지금은 없는 장소가 되었기에 이제 두 번 다시 갈 수 없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마지막 공연을 친구와 간 게 다행이다. 내 기억이 희미해질 땐 친구에게 물어봐서 기억을 보완하고 친구의 기억은 내가 보완하는 식으로 우리는 그때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이다.


쌈지가 낳은 밴드 슈가도넛의 시원한 노래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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