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는 seam입니다

seam - kernel EP

by 한박달

seam을 떠올리면 형이 가져온 공연 실황 녹음테이프가 생각난다. ‘소란’ 같은 페스티벌 녹음본일 텐데 보컬 박수영이 낯선 억양으로 ‘안녕하세요 우리는 seam입니다’ 소개를 하고 노래는 시작된다.


세계적으로 몇만 장의 판매고밖에 올리지 않은 인디밴드였음에도 불구하고 seam은 라이선스로 앨범을 발매하고 내한공연도 했다. 멤버 다수가 한국계 미국인이었기에 기사 거리가 된다고 생각했을까. 잡지나 신문에 소개된 적도 많았다.


당시 이들의 소개글에는 REM의 마이클 스타이프가 그들의 팬이라 공연 때 사인 요청도 뿌리치고 박수영을 만나기 위해 달려갔다는 일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언론은 seam을 세계 속 자랑스러운 한국인쯤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seam은 내한 기자회견도 했었는데 클럽 피드백 현장 사진이 하드에 있었다. 아마 seam 자료를 한창 모을 때 부러운 마음에 다운로드하였겠지. 당시 인터뷰 자료엔 팬이라는 여고생 질문도 있는데 seam과 그들이 찍힌 사진도 있다.


그러고 보니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많던 고둥학교 시절, seam의 음악이 하나의 분출구였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을 동경하고 seam의 음악을 들으며 그들을 나와 동일시했었다. 확실히 seam은 요 라 탱고나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 같은 백인 밴드에 비해 감정 이입이 용이했었다. (나야말로 seam을 미국에서 활동한 한국인 인디 히어로로 소비했네.)


한동안 seam을 잊고 있다가 최근 애플뮤직으로 검색했다. 가장 좋아했던 headsparks는 없었지만 (한국 라이선스 앨범엔 headsparks에 같이 포함된) kernel EP는 있었다. 잊은 줄 알았는데 kernel의 첫 부분 I’m scared를 듣는 순간 자동적으로 따라 불렀다. 조선펑크가 아닌 시카고 인디씬의 쿨한 얼터너티브 밴드, 그게 내가 아는 seam이다.


밀레니엄을 지나 지금까지 seam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몇 년 전 박수영이 bitch magnet으로 내한한 적 있지만 그게 seam은 아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seam은 중고등학교 때 딱 바로 그때 활동했던 추억의 밴드가 되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 반 다행스러운 마음이 반이다.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 내가 seam의 새 음반을 듣고 전과는 다른 감정을 가진다면. 괜히 나이 든 나만 싫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seam의 노래는 조용히 시작해 포효하듯 터뜨리는 중반부가 인상적이다. 가사는 모르지만 그런 폭발에 마음이 끌렸었다. 학업에 지친 감수성 충만한 친구라면 그때의 나처럼 좋아할 것이다. 조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seam의 앨범을 선물할 생각이다. 십 년도 넘게 남은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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