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가 이후의 이상은도 좋았지만 사실 담다디와 사랑할 거야의 꺽다리 이상은이 더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속시원히 말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그녀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다.
‘외롭고 웃긴 가게’부터 앨범을 샀다. 인터뷰도 찾아 읽었다. 어떤 기사를 읽어도 담다디를 부르던 초창기 자신을 긍정하는 대목은 없었다. 본인이 그렇게 싫어하는데 굳이 과거를 생각해서 뭐하나. ‘비밀의 화원’이나 한번 더 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은 리체 시절의 진지한 앨범은 거의 손이 가지 않는다. 대신 초창기 앨범과 ‘언젠가는’이 들어있는 5집은 가끔 듣는다.
가족오락관에서 쾌활하게 웃던 이상은을 기억한다. 담다디의 훅에 마음을 뺏겼던 유치원 시절을 기억한다. 그렇게 그냥 다가왔던 것들이 막 좋다고 잘난 척했던 것보다 내게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다. (좋다 나쁘다 이런 편견 없이 그냥 깨끗하게 받아들인 거라서 그런가.)
담다디를 들으면 이상하게 닭다리 과자가 생각난다. 어린 마음에 둘의 어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취업 전 그때의 여자 친구(지금의 아내)와 함께 황학동 근처 청계천 계단에 앉아 닭다리 과자를 안주 삼아 캔맥주를 마셨다. 그때 형편상 치킨 살 돈이 없었다. 그렇게 먹으며 이게 치맥이라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데 다른 방식을 모색하는 것과 그렇게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린 후자의 서글픔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마음속 어딘가가 꼬여가는 걸 느낀다.
난 그래서 구김살 없는 애들을 믿지 않는다. 정말 많은 걸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김살도 방어적 자세도 없는 사람은 만나본 적 없다. 난 그냥 적당히 꼬여있고 뒤틀린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