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의 앨범 멀고 먼 길을 들으면 당시 사회가 한대수에겐 꽉 막힌 곳인지 그가 염원하는 곳이 얼마나 멀고 먼 길인지 느낄 수 있다.
명문가 집안의 영민한 아이, 기억이 사라진 핵물리학자 아버지, 최초의 히피 등 한대수는 음악 외적으로도 관심을 끌만한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만 한대수를 설명하는 건 음악가 한대수에 대한 커다란 실례다.
중학교 시절 형이 한대수의 앨범이 녹음된 공테이프를 가지고 왔다. 멀고 먼 길과 고무신 앨범이 녹음된 테이프였다. 무척 한국적인 정서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가정사를 듣고 놀랐다. 또 포크 뮤지션으로 번안이 아닌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서 불렀다는 점이 특별했다.
포크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볼 때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전달력이 큰 힘이라 생각한다. 한대수의 멀고 먼 길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답답함(물 좀 주소), 유년기(옥의 슬픔), 하루아침(일상의 따분함) 등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이다. 하지만 몇십 년이 지나 멀고 먼 길을 들으면 70년대라는 시대를 통과하는 개인, 즉 시대의 목소리로 들린다.
거기서 한대수의 매력이 나온다. 그는 섣불리 혁명을 이야기하지 않으나 그의 스토리텔링이 사회와 시대를 소환한다.
한대수를 떠올리면 남산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뭔가 이상하고 특이한 장발의 뮤지션. 그는 그런 외부의 평가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웠을지 궁금하다.
오랜만에 한대수의 앨범을 튼다. 하루아침에서 나오는 가사를 가장 좋아한다.
‘바 문 앞에 기대어 치마 구경하다가 하품 네 번 하고서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