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1집
빛과 소금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는 개신교라면 펄쩍 뛰시는 분이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초등학교 때까지 개신교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빛과 소금'은 누가 보더라도 성경에서 따온 밴드 네임이라 음악까지 별로일 거라 예상했다. 가끔 들리는 샴푸의 요정이나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가 좋게 들려도 그냥 옛날 음악일 뿐이라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중1 여름,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테이프를 버린다고 몇 장 챙겨가라고 했다. 쑥 훑어봐도 와~ 싶은 앨범은 없었지만 공짜는 좋아하는 터라 집에 가져왔다. 거기에 빛과 소금 1집이 있었다. 앨범 재킷은 빛과 소금 멤버 세명의 사진인데 무척 분위기 있게 나왔다. 그때는 어떤 앨범이라도 한 번은 끝까지 듣자는 주의였기에 그냥 들었다.
나쁘지 않지만 좀 심심한 인상이었다. 갑자기 가스펠 분위기의 곡이 끼어들지 않나, 연주곡이 중간중간 있었다. 그때는 무조건 보컬이 있어야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세곡이나 연주곡이라니... 이건 뭘까. 그러나 끝까지 들어보니 4곡이 무척 좋았다. '슬픈 인형'과 '샴푸의 요정' '그대 떠난 뒤'와 '내겐 노래 있어' 공교롭게 A면과 B면의 두 번째, 세 번째 트랙이었다. 사실 가사는 크게 특별한 게 없었지만 강한 호소력이 느껴졌고 또... 새로웠다.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퓨전 재즈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장르의 틀로 설명하기엔 스펙트럼이 넓다고 느껴졌다. 또 빛과 소금의 노래는 어떤 그리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아주 예전에 엄마, 아빠랑 같이 봤던 주말드라마 같은 노래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괜히 뭉클한 감정에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중 2 때는 담임이었던 국어 선생님을 좋아했었는데 학년이 끝날 때 이 테이프를 드렸다. 색지에 싸서 드렸을 때 고맙다고 했던, 하지만 애가 왜 이걸 주나... 했던 선생님의 눈빛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때 이 앨범에서 느꼈던 설명할 수 없던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나이를 먹어선 이 앨범을 거의 듣지 않았던 것 같다. 빛과 소금 앨범이라면 차라리 1집보다 2집이 좋은 앨범이라 생각했던 데다가 들을 앨범은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랜만에 먼지 낀 테이프를 꺼내 플레이어에 넣으니 중학교 때의 기억이 술술 떠오른다. 이런 건 참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