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타워레코드에서 본 틴에이지 팬클럽 신보 HERE

by 한박달

2016년 가을 처음 일본에 갔다. 내게는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전철역에서 반명함 사진을 찍고 종로구청에서 여권을 발급받던 때가 추석 연휴 전날이었다. 추석을 즐긴 후에 일본에 가게 되리라는 기쁨, 노는 건 언제나 옳다.


첫 번째라 그런지, 이런저런 잊히지 않는 추억이 많다. 그중 난바 숙소 근처에 있던 타워레코드 구경은 각별하다. 혁오 노래가 흘러나오는 매장 안, 생기 있는 분위기, 특색 있는 음반 소개, 음반 가게에 간 건 향뮤직이 문을 닫은 후 처음이었다.


IMG_0799.JPG 윌코 앨범 표지가 예뻐서
IMG_3135.JPG 대망의 틴에이지 팬클럽 신보 Here


타워레코드에서 틴에이지 팬클럽 신보를 봤다. 신보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음반 가게에서 새 앨범 소식을 알게 된 것도 오랜만이었다. 인터넷의 물결 속에서 직접 발로 뛰어 뭔가를 얻은 것 같아 뿌듯했다.


애플뮤직에서 앨범을 다운로드하였다. 첫 트랙 I'm in love는 제목처럼 사랑에 빠질 것 같은 트랙이었다. 틴에이지 팬클럽을 좋아한 이유에는 음악, 멜로디 외 다른 건 전혀 없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이라는 것 빼고 얼굴도 잘 몰랐다.


다만 The concept를 처음 듣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 걸 느꼈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음악을 듣는 것 하나로 모든 설명이 끝났다.


틴에이지 팬클럽의 Here 앨범을 들으며 The concept을 듣던 때가 떠올랐다. 틴에이지 팬클럽이 얼마나 성실한 밴드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몇십 년이 지나서도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여행하는 내내 Here 앨범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트랙을 들으면 은각사 정원이, 또 어떤 트랙을 들으면 교토 츠타야 서점 근처 밤 풍경이 떠오른다. 음악은 기억을 환기하는 소중한 매체다. 활자나 영상 매체는 그 순간 그것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순간의 백그라운드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음악은 BGM이라는 말도 있듯 기억의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이야기하며 그 음악을 듣던 순간을 계속 환기하는지도 모르겠다.


틴에이지 팬클럽 Here 앨범은 일본 여행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좋은 앨범의 전형이다. 좋은 멜로디를 딱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 좋은 멜로디가 뭔지 묻는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틴에이지 팬클럽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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