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처음 산 컴필레이션 앨범은 ‘도시락 특공대’ 다.
발매 연도를 확인해보니 1997년이다. 중학교 1학년 다닐 때 음반가게에서 앨범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집에 있는 황신혜밴드 만병통치와 어어부 밴드의 손익분기점 EP를 떠올리며 그와 비슷한 음악을 기대했었다.
90년대 중후반 인디씬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신기하고 이상한 음악'으로 기억한다. TV에 나와 짬뽕을 부른 황신혜밴드는 대중의 기대를 100퍼센트 충족시킨 밴드였다. 이상하고 웃긴 쌈마이.
특이한 커버아트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도시락특공대란 명칭은 인디에 대한 기대치를 내면화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몇몇 곡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삐삐롱스타킹의 꽃배달 위장 강도는 가사와 음악 모두 어둡고 재미없다. '거북이'에서 보였던 그들 다운 능청스러움은 어디로 간 건지.
황신혜밴드의 밥 중독 또한 그들이 늘 했던 빵꾸록을 하지만 '웃어봐'하고 강요하는 느낌이 심히 부담스럽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했던 싱글은 장영규의 비누방울 혹성-날으는 코끼리를 업은 저명한 이안 박사였다. 도마뱀부터 어어부 프로젝트나 그가 참여한 OST까지 장영규의 여러 활동을 지켜봤다. 가장 좋아하는 건 신스팝 등 흥겨운 전자음악을 하는 장영규다. (반칙왕 ost에 실린 풍선껌도 좋아한다.)
이안 박사를 통해 장영규 솔로 앨범을 기대했건만 아직 나오지 않았다.
도시락특공대는 참여 뮤지션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앨범이었다. 곡들의 통일성은 떨어지고 완성도 또한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1997년도 씬의 모습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앨범이니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글을 위해 몇 년 만에 앨범을 들었다. 전에 비해 좋다고 생각되는 건 김창완과 이상은의 노래다. 외롭고 웃긴 가게를 좋아했는데 hold me는 그때와 비슷한 듯 다르다.
한때의 아이돌, 뉴욕으로 공부하러 간 후 진지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 이러한 스토리에만 집중하여 이상은의 음악을 음악 자체로 제대로 보지 않은 건 아닐까. 도시락특공대란 앨범을 보고 내 경험에 따라 판단했던 것처럼.
예전엔 좋았지만 지금은 별로인 노래
예전엔 관심 없었지만 다시 들으니 괜찮은 노래.
둘 중 뭐가 더 나을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난 전자에 마음이 간다. 그 순간에만 유효한 진심이 있다. 지금은 없으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때의 진심을 추억하기 위해 이렇게 옛날 노래에 대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