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 1집 - 기억과 재생

by 한박달

옛날 노래가 생각나면 대개 음원 서비스를 이용한다. 애플뮤직보다 벅스뮤직에 노래가 많은 편이다. 벅스에도 없는 노래는 유튜브에서 최종 검색한다.


색종이 1집은 어떤 음원 서비스에서도 제공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개인이 올린 음원으로 들었다.


정식 음원이 아니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다.


광고를 봐야 앨범을 들을 수 있었다. 동영상 개념으로 구간을 옮기는 거라 수동으로 추측해 트랙을 넘겨야 했다. 기기에 저장도 되지 않아 와이파이가 잡혀야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색종이 1집을 들었다.


그만큼 색종이 1집은 의미가 큰 앨범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물 받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외숙모의 여동생 집에 놀러 갔을 때 숙모 여동생분이 선물로 색종이 1집을 줬었다. (이후 다시 만나지 못했다. 거의 남에 가까운 촌수다 보니.)


그 집엔 커다란 전축이 있었고 LP와 CD가 굉장히 많았다. 수많은 음반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었다.


그전까지 알던 음악은 해적판 불법 최신가요 모음집이 전부였다. 그곳은 달랐다. 한국 뮤지션의 정규앨범과 라이브 앨범, 부트랙까지. 또 처음 보는 외국 뮤지션의 라이센스반까지 있었다.


컬렉션은 신기했고 마음껏 음악을 들으라는 그 누나의 권유는 더더욱 신기했다.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지?


누나가 어떤 가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진심은 현진영이었지만 있어 보이고 싶어서 색종이라 대답했다. 누나도 좋아한다며 테이프를 틀어줬던 순간 to. 1973이 흘러나왔고 그 누나가 첫 부분 랩을 따라 불렀다.


93년, 대전 엑스포의 해, 초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알 건 다 알고 있었나 보다.


색종이의 멤버가 고학벌 대학생인 데다 사랑이란 건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가사라 생각했었다.


있어 보이려는 의도로 말한 색종이 1집이었지만 계속 들으니 멜로디며 가사가 착착 귀에 감겼다. 지금 들어보면 꽤 잘하는 가요제 참가자 수준이지만 그때는 젊음의 활력으로 가득 찬 음악으로 느껴졌다.


누나는 이 앨범을 열심히 듣는 내가 정말 그 앨범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지 집으로 돌아올 때 색종이 1집을 선물로 줬다.


이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엔 색종이 1집을 들었다. 색종이는 해체했고 이사를 두세 번 거치며 테이프도 잃어버렸지만 지금도 가끔 찾아 듣는다.


특히 어제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을 신청했다. 이제 광고 없이 핸드폰에 저장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색종이 1집을 들을 수 있다.


이 앨범에 대해 거의 처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무척 기분이 좋다. 늘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하며(내 또래는 모르긴 했다.) 추억을 나눌 기회를 잃었는데 다음 주엔 회사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혹시 색종이의 사랑이란 건이란 노래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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