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복귀 버스 안 줄리아 하트

by 한박달
기쁨에 쏟은 눈물보단 분해서 울어온 날들이 훨씬 많은 여자애 그뿐이었지


'

줄리아 하트의 3집 앨범,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어디서 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신촌 향뮤직에서 샀는지 강남 센트럴시티의 신나라레코드에서 샀는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확실하지 않다.


분명히 기억나는 건 (휴가 복귀) 완도행 고속버스 안에서 줄리아 하트 3집 CD의 포장을 벗긴 일이다.


앨범 커버는 장례식장의 근조화환이었다. 정바비의 개인사에 기반한 커버로 기억한다. 휴가 복귀로 우울한 기분에 밝은 러브송이 앞에 있었다면 기분이 나빠졌을 테지만 3집은 1~2집과 다른 정서였다.


애처로움이 가득한 문학작품 같았다. 감수성 강한 대학생의 습작 노트 같기도 했다.


수중에는 CDP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줄리아 하트 3집을 즐기는 유일한 길은 집중해서 가사를 읽는 것뿐이었다. 음악을 듣기 전 가사를 정독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줄리아 하트의 앨범 중 3집 가사를 가장 좋아한다. 짧은 단편 소설을 읽듯 한 줄 한 줄 읽었다. 첫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가사를 읽으며 멜로디를 상상했다. 대대에 도착해 들어본 음악은 예상과 비슷한 듯 달랐고 다른 듯 비슷했다.


다만 군대에서 듣기에 좋은 앨범은 아니었다. 옆에서 열심히 냉동식품을 돌리는 사람들, 정말 작은 것을 놓고 누가 잘했니 못했니 하는 소리를 듣다 보면 음악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군대에서 어울리는 노래는 줄리아 하트보다 원더걸스였다. 눈 앞의 추접한 상황을 잊을 수 있는 자극은 즉각적이고 화려할수록 좋다.


그래서 군대에서 많이 듣지는 않았다. 휴가 때 또는 전역해서 많이 들었다.


신기한 건 군대에서 많이 듣지 않았던 줄리아 하트를 들으면 군대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내무실을 닦으며 지겹게 들었던 히트가요를 들어도 생각나지 않는 기억이, 줄리아 하트 3집만 들으면 자동이다.


줄리아 하트 3집은 군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사적 공간을 의미하는 앨범이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이 곳이 아닌 저곳을 상징하는 앨범이었기에 비록 거기서 듣지는 못했어도 그곳에서의 기억을 소환한 것 아닐까.


오늘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읽었다.


"아빠, 겨울에는 왜 천둥벼락이 안쳐요?"


을 읽는 순간 줄리아 하트의 '한겨울의 천둥처럼'이 생각났다.


그래서 적었다.


역시 너무 오래되어서 꽤 희미해졌지만 3집 앨범을 들으니 생각이 난다. 군대가 생각나면 꺼내 듣는 앨범,

줄리아 하트의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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