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미선이 - 진달래 타이머

by 한박달



불금쇼를 듣는데 루시드폴과 재주소년이 나왔다.

한동안 잊고 있던 루시드폴의 음악을 듣자니 괜히 몇 줄 적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통해 루시드폴, 조윤석을 처음 알게 되었다.

1999년에 출간된 박준흠 평론가가 쓴 책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 이란 책을 빌렸고 딸림 자료로 있던 샘플러 CD엔 미선이의 치질이 실려있었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조선일보로는 뒤도 닦지 않겠다는 90년대스러운 다짐의 가사가 특이했다.

가사를 잘 쓰는 다른 밴드와 비교해도 미선이의 drifting 앨범의 가사는 깊고 넓었다.


그중 진달래 타이머를 가장 좋아했다. '개 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라는 부분을 듣는 순간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구절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진달래 피는 봄에 정직하게 꽃이 피는 모습. 그와 대비되는 세상.


너무나 아름다운 꽃밭 너머로 폐지를 주워서 끙끙대며 가는 사람들처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푸른 하늘 아래서도 늘 가슴 아픈 일은 있었다. 그때는 그 가사를 들으며 뉴스 기사를 떠올렸다면 20년 동안 개 같은 세상에 대한 데이터는 다종 다양하게 참 많이 쌓였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글을 쓰며 풀었다. 수첩에 적고 한글 프로그램에 적고 지금은 에버노트나 블로그에, 누구에게 보이기 힘든 나만 읽고 싶은 글을 썼다.


글이나 말로 기록하지 않으면 그저 하나의 인상으로 흘러갈 뿐이다. 그걸 놓치기 싫어서 펜을 들고 노트에 끄적였다.


이후 루시드폴은 많은 앨범을 냈다. 개인적으로 1집과 버스정류장 앨범, 국경의 밤 앨범을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루시드폴 같은 대단한 뮤지션 역시 편차가 있는 앨범을 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나 또한 별다른 욕심 없이 글을 쓰고 말을 하면 될 것 같다.


좋은 노래는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진달래 타이머는 내 안의 뭔가를 변화시킨 노래임은 확실하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마지막 글이다. 퇴근 후에 하나의 주제에 대한 글을 쓰는 게 녹록지 않았다.

30프로 정도는 음악 이야기 대신 일기나 책 리뷰를 썼었다. 브런치에 쓰는 대신 네이버 블로그에 가볍게 썼던 적도 많았다.

사실 아무렇게나 쓰면 됐는데 잘 쓰고 싶은 마음에 행동은 느려지고 생각은 많아졌다.


누군가 읽을 글이라 생각해서 신경 썼는데 사실 글을 읽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많이 써보고 거기서 추려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그 점은 조금 아쉽다.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늘 잘 짜인 뮤지컬을 싫어했다.

대신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스나 다이노서 주니어 같은 밴드를 좋아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니 기분이 좋다. 예쁜 백지에 글을 쓰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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