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프로젝트 100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후 근 한 달 정도 글 쓰는 걸 쉬었다. 사실 카카오 플백으로 매일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올리는 것에 대해 재미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뭔가를 쓰기보다 다른 뭔가를 읽고 보고 싶어서 대신 책을 많이 읽었다. 그동안 읽은 책 중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생각난다. 고등학교 때였나 대학교 때 읽을 때엔 이상야릇한 분위기와 고답적인 문장이 참 정갈하게 느껴졌는데 다시 읽은 마음은, 무척 답답했다. ‘선생님’의 비겁함과 자기변명이 계속 나왔다. 대화와 문장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욕을 하고 책을 덮었겠지만 소세키의 문장은 황량한 듯하면서 꽉 찬 듯 충만했기에 계속 읽었고 그저께 완독 했다.
아이패드를 샀다. 지금 이 글도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연결해 쓰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 살 때 노트북이나 컴퓨터가 없는 학생은 주변에 나밖에 없었다. 룸메이트의 컴퓨터를 빌려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시려온다. 그때의 결핍 때문인지 노트북이나 핸드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패드는 익숙한 듯 새롭다. 다른 무엇보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뭔가를 쓰는 건 처음이라 이 처음인 감각을 잘 살려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다.
어제 신발장에 곰팡이가 핀 걸 발견했다. 운동화와 구두에도 곰팡이가 천지였다. 아내는 일을 하던 도중 신발장의 신발을 모두 빼서 말리고 곰팡이가 너무 많이 핀 건 쓰레기 봉지에 넣고 그랬었다. 난 좀 늦게 집에 와서 신발장을 닦았다. 아내가 쓰레기 봉지에 넣은 구두에는 결혼식 때와 웨딩 촬영 때 신은 키높이 구두도 있었다. 사실 저렴한 구두지만 추억과 시간이 깃든 물품이라 버리기 아쉬웠다. 하지만 그 아쉬움도 곰팡이를 보면 싹 가실만했지만. 취업 면접을 겪으며 구두를 처음 샀다. 처음 조선일보에 면접 보러 갔던 게 첫 면접이었는데 그때 동대문시장에서 몇천 원짜리 가죽 같아 보이는 혁대와 이만 원짜리 정도 되는 구두를 샀다. 난 아무것도 몰라서 지금의 아내가 같이 가서 구두와 혁대를 샀다. 우리는 돈이 없을 때엔 정말 돈이 없는 수준으로 물건을 사는데 아내와 처음 만나 취업할 때까지 죽 돈이 없었기에 그런 싸고 가성비 좋은 것들을 찾아 여기저기 참 많이 돌아다녔었다.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꽤 센티해진다. 취업하고 1년쯤 됐을까. 아내와 시장에서 처음 산 그 구두가 찢어졌다. 말 그대로 밑창과 구두가 분리되었다. 그걸 신고 여기저기 참 많이 면접을 보러 다녔고 굽이 닳았을 때도 최대한 덜 신으면서(다른 구두와 바꿔 신으면서) 조심했는데 결국 끝이 다가왔다. 다 떨어진 구두를 보니 그때 우리가 같이 가서 처음 구두를 샀던 그때가 떠올랐었다. 우리는 뒤돌아볼 시간이 참 많다. 정말 매일매일 만나며 시간을 쌓아갔기에. 그래서 난 일주일에 한 번쯤 만나는 어른들의 연애를 잘 모르며 이해하지 못한다. 매일 만나 동네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서 집에 왔던 기억, 생일날 빵집에서 4천 원짜리 케이크를 사서 집 뒤에서 쪼그려 앉아 촛불을 껐던 기억. 가끔은 궁상맞게 거의 늘 아름답게 느껴지는 과거의 시간이다.
그런 옛날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기에 난 어제도 오늘도 옛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