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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달 Jan 29. 2020

오랜만이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한 달 정도  쓰는  쉬었다. 사실 카카오 플백으로 매일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같은 이야기를 올리는 것에 대해 재미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뭔가를 쓰기보다 다른 뭔가를 읽고 보고 싶어서 대신 책을 많이 읽었다. 그동안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생각난다. 고등학교 때였나 대학교  읽을 때엔 이상야릇한 분위기와 고답적인 문장이  정갈하게 느껴졌는데 다시 읽은 마음은, 무척 답답했다. ‘선생님 비겁함과 자기변명이 계속 나왔다. 대화와 문장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욕을 하고 책을 덮었겠지만 소세키의 문장은 황량한 듯하면서  찬 듯 충만했기에 계속 읽었고 그저께 완독 했다. 


아이패드를 샀다. 지금  글도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연결해 쓰고 있다. 대학교 1학년  기숙사에   노트북이나 컴퓨터가 없는 학생은 주변에 나밖에 없었다. 룸메이트의 컴퓨터를 빌려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시려온다. 그때의 결핍 때문인지 노트북이나 핸드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패드는 익숙한  새롭다. 다른 무엇보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뭔가를 쓰는  처음이라  처음인 감각을  살려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다.


어제 신발장에 곰팡이가   발견했다. 운동화와 구두에도 곰팡이가 천지였다. 아내는 일을 하던 도중 신발장의 신발을 모두 빼서 말리고 곰팡이가 너무 많이   쓰레기 봉지에 넣고 그랬었다.   늦게 집에 와서 신발장을 닦았다. 아내가 쓰레기 봉지에 넣은 구두에는 결혼식 때와 웨딩 촬영  신은 키높이 구두도 있었다. 사실 저렴한 구두지만 추억과 시간이 깃든 물품이라 버리기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도 곰팡이를 보면  가실만했지만. 취업 면접을 겪으며 구두를 처음 샀다. 처음 조선일보에 면접 보러 갔던   면접이었는데 그때 동대문시장에서 몇천 원짜리 가죽 같아 보이는 혁대와 이만 원짜리 정도 되는 구두를 샀다.  아무것도 몰라서 지금의 아내가 같이 가서 구두와 혁대를 샀다. 우리는 돈이 없을 때엔 정말 돈이 없는 수준으로 물건을 사는데 아내와 처음 만나 취업할 때까지  돈이 없었기에 그런 싸고 가성비 좋은 것들을 찾아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었다.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센티해진다. 취업하고 1년쯤 됐을까. 아내와 시장에서 처음   구두가 찢어졌다.  그대로 밑창과 구두가 분리되었다. 그걸 신고 여기저기  많이 면접을 보러 다녔고 굽이 닳았을 때도 최대한  신으면서(다른 구두와 바꿔 신으면서) 조심했는데 결국 끝이 다가왔다.  떨어진 구두를 보니 그때 우리가 같이 가서 처음 구두를 샀던 그때가 떠올랐었다. 우리는 뒤돌아볼 시간이  많다. 정말 매일매일 만나며 시간을 쌓아갔기에.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쯤 만나는 어른들의 연애를  모르며 이해하지 못한다. 매일 만나 동네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서 집에 왔던 기억, 생일날 빵집에서 4천 원짜리 케이크를 사서  뒤에서 쪼그려 앉아 촛불을 껐던 기억. 가끔은 궁상맞게 거의  아름답게 느껴지는 과거의 시간이다.


그런 옛날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기에  어제도 오늘도 옛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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