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기로 결심했다면 이제 그 공간의 형태와 범위를 규정할 차례이다. 공간이 어떤 한 사람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되려면, 그것의 전체적인 윤곽을 먼저 그려야 한다. 이 작업은 그 공간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 공간은 너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높은 층의 공간인가, 땅속 깊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 공간인가, 유리로 외장을 마감하여 외부로부터 충분한 빛이 들어와야 하는 공간인가.
이 고민은 결국 그 공간 용도의 문제를 상기시킨다. 어떤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그 공간의 형태가 규정되는 것이다.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특정 목적이 공간의 구체적인 형태를 규정한다.
나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이 공간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으로 결심했다. 아지트에서 브릭의 이야기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의 삶에 의미가 있는 대상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의 즐거움. 모든 일의 시작이자 완성이 될 수 있는 공간. 나에게 있어서 궁극적으로 필요한 공간 확보를 위해서 나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가지고 있는 재화라는 브릭을 쌓아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부단히도 애를 써야 하는 일을 시작했다.
나는 단순하고 평범한 형태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얀색 도화지나 캔버스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듯, 나만의 공간 또한 가장 단순하고 전형적인 형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공간의 형태가 복잡하거나 독특함만이 부각되는 형태라면, 그런 공간에 내가 맞춰서 들어가야 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기성 공간을 설정하여 나를 그것에 맞춰야 하는 괴로운 일의 반복은 피하고 싶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예를 들어 사다리꼴이나 마름모 형태의 구조를 선택했다고 생각해보자. 책상 하나를 배치하는 일에도 많은 제한이 따를 것이다. 그 모양대로 가구를 억지로 맞춰야 하기에 내 편의를 고려하고 개성에 맞춘 공간 내부 구성은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나는 되도록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무난하게 배치할 수 있는 구조를 원했다.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변경, 그리고 그에 맞는 새로운 물건들을 사들이는 엄청난 노력까지 들이고 싶지 않았다.
가장 무난한 것은 역시 직사각형 형태의 구조물이다. 직사각형은 정직하면서도 창의적인 공간 활용 모두가 가능한 형태이다. 원형의 공간처럼 가장자리에서의 공간적 손해가 없다. 반듯한 면적 속에 각 물건의 계산값을 가장 정확하게 대입하여 배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사각형의 구조이다.
정사각형은 공간 전체로 봤을 때 아쉬운 측면이 있다. 침대나 테이블, 소파 등 너비나 길이가 긴 물건을 배치할 때 의외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바로 이것은 침대나 소파 등 사람의 신체 구조를 고려한 최적의 평면도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신체처럼 길이감이 있는 구조물 배치를 고려한 최적의 효율성을 얻을 수 있으려면 기다란 형태의 공간이 보다 적합하다(우리가 가진 물건 중에는 의외로 길쭉한 것들이 많다).
벽돌(브릭) 자체가 직사각형 형태인 점도 고려해봤다. 나는 건축학도도 아니며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거의 없는 사람이지만, 이 형태에 관한 나만의 해석을 시도했다. 벽돌은 직사각형 형태로 길쭉하게 너비가 확보되어야만 새 벽돌을 계속해서 쌓아 올리기에 편리해진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일반적인 벽돌 제작에 있어서 가로와 세로의 비율을 2:1로 제작했을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두 개의 벽돌을 이어 연결한 그 중간에 하나의 벽돌을 올려놓으면 정확히 1/2씩의 무게를 하단부에서 윗 벽돌을 받치는 두 개의 벽돌이 가져가게 된다. 그렇게 균형과 비례를 유지한 채 길이와 너비 2:1 비율의 직사각형 벽돌은 하나씩 쌓여 층층이 벽체로 쌓여지는 것이다.
직사각형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다른 재료들과의 어울림을 고려한 최선의 형태이다. 그 자체는 평면도상 최적의 공간 효율을 가져온다. 그리고 입면도상 그것은 실질적인 벽을 층층이 쌓아올리기에 매우 효율적인 벽돌 형태라는 점에서도, 그 형태상 완벽하고 안정적이다. 무난함과 어울림, 균형과 편안함이라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직사각형 형태의 재료들을 계속해서 사용할 계획을 내심 세웠다.
이제 최적효율의 공간 확보가 가능한 뼈대를 구축했다. 나는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가면서 설렘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나는 무척 잘 알고 있는 상태이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전체의 큰 그림은 그려진 상태이다. 그 만들어진 상태를 상상하며 행복한 기분을 간접적이나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전체의 뼈대를 구축하는 작업은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그것이 제출용 서류 중 하나가 되었든, 혹은 어떤 아이디어를 최초로 남에게 보여주는 도식화된 기호가 되었든 말이다. 그 뼈대를 만들기까지 나는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중요한 결정과 함께, 궁극적으로 무엇을 완전히 뺄지를 동시에 결정지어야 한다. 이미 세워진 브릭에서 중간의 어떤 부분을 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정해진 재화에서, 하나의 선택은 다른 하나의 포기를 전제함을 상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