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막막함

Brick 2. 강의실

by moment books

Brick 2. 강의실



설렘과 막막함


교실과 강의실. 이 두 명칭은 각각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수업을 위해 사용한 공간과, 대학교 이상의 교육 기관에서 강의를 위한 공간을 지칭한 것이다. 때때로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수업을 직접 찾아가서 듣느냐, 혹은 강의자(교사)가 찾아서 오는 형태이냐, 하는 이동 주체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 무엇이 됐든 이 공간들은 강의자와 피강의자가 모여 학습행위를 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처음 수업을 들었던 공간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기억이 가장 이른 기억인 것 같다. 그 느낌은 막막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제 내 주변에 아무런 놀이기구나 장난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차갑고 길쭉하게 늘어져 있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광활하기 그지없는 칠판과 무섭게 보이는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눈앞에 있을 뿐이다. 이 공간에서 조그마한 어린 학생들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완전히 생소한 압박 속에서 애쓰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것의 경험은 언제나 기대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아이들도 긴장과 막연한 기분을 함께 느낀다. 기존의 알던 경험을 다른 새로운 일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융통성과 지식이 부족하기에 겁도 더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딜레마조차 이내 흥미로운 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놀이를 배우듯 접근한다. 그리고 미지의 영역에 유쾌하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러한 설렘과 막막함의 감정은 매 학년 새로운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있었다. 점점 상위 학교로 올라갈 때마다 보다 큰 강도로 그것을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그리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올라가 처음 교실에 들어서서 내 자리를 찾아갈 때의 그 느낌. 담임 선생님의 첫인상,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면서 내뱉은 첫 마디의 음성에서 느끼는 생소함과 궁금증. 이러한 감정은 정신을 피곤하게 만들고 몸을 긴장하게도 만들지만, 그만큼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가져왔다. 청소년들은 새로움에 대해 피곤함보다는 기대감을 더 느낀다.






대학교의 강의실은 설렘과 막막함의 감정이 가장 분명한 균형을 갖춘 공간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이제 법적으로 성인이 된 신분이 되었다. 그들은 능동적으로 학교와 학과를 선택해서 들어왔고 원하는 강의의 수강신청을 마친 상태이다. 이제 어느 지정된 한 강의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들어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하여 앉는다.


그 학생이 이날 강의실에 설령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학창 시절에 경험했던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학과 성적에서의 치명적인 벌칙이나 특정 관리자로부터의 어떤 제재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 물론 그 자유로움이 지나쳐서 매번 수업에 빠지게 된다면 그 선택에 대한 반대급부로 낮은 점수를 얻게 될 것이지만.


또한, 커리큘럼이라는 이상한 라틴어와 같은 단어를 교수로부터 듣게 된다. 잘 짜인 프로그램 같은 인쇄물이 학생들 손에 쥐어진다. 교수가 말하길, 이 커리큘럼에 따라 이번 학기 수업이 진행될 것이란다. 그 적힌 내용대로 충실하게 수업을 준비하고 따라가는 학생들은 학기 말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그 학생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학생은 수업 참여 횟수와 적극성의 정도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환경과 매우 달라진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대학교 강의실은 바로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거의 최초로 자율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 선택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의 갈래를 고려해볼 수 있기에 충분히 설레는 공간이 된다.


학생들은 선택한다. 우선 수업의 커리큘럼에 맞추어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 교수가 내는 과제와 조별 모임을 모범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수업 후 있을 술 약속을 위해 메시지를 열심히 주고받는 동기의 행동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교수가 말하는 내용(어떤 강조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농담까지)을 꼼꼼히 필기한다. 어떤 내용이 기말고사에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주어지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며 자료 수집하는 일도 자주 있을 것이다. 칼같이 맞춰야 하는 보고서 제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과 여타 개인적인 스케줄간 충돌이 없도록 전략적인 시간 관리도 필수이다. 이 모든 것들이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절묘하고 총체적인 어울림 속에서 진행되었을 때, 그 학생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모범적이고 잘 짜인 콘체르트와 같이 대학 생활이 전개되는 학생이 있는 반면, 대학생에게 주어진 자유의 권리를 표면적인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자유방임적 생활을 만끽하는 학생들이다. 그것 역시 그 학생의 권리이다.


대학생에게는 수업 참여와 관련하여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그 시간 중 일부를 다른 생산적인 활동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학생은 학교의 단체활동의 중요 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학점만큼이나 사회에서 중요한 이력으로 간주할 수 있는 사회활동이나 교지편집부, 교내 방송국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결과는 오롯이 그 학생 본인이 책임질 일이다.



브릭 2. 강의실.jpg <원본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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