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k 3.

Abstract

by moment books

Brick 3.



나는 나만의 공간을 다용도의 방으로 구획을 주어 사용하고 싶다. 나는 앞서서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을 나눠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로 직사각형의 형태를 결정한 바 있다. 직사각형은 얼마든지 이리저리로 구획해서 공간을 활용하기에 편리하다. 원형이나 마름모, 사다리꼴 같은 형태로는 아무리 정율적 공간으로 구획 짓는다고 해도 최적의 공간 활용은 어려울 것이다.


공간의 형태가 정해졌으니, 이제 내 머릿속에 있는 그 공간 본래의 쓰임새를 떠올려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때이다. 벽체를 세우기 전에 체크리스트에 미리 기록한 핵심적인 확인사항을 점검했다.


Q.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공간을 만들고 있는가.


A.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Q. 나만의 공간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A.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사람, 자연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사유 그 자체에 대한 연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쉴 것이다. 삶에서 가장 절실했던 휴식을 이곳에서 가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쓸 것이다. 내가 살아온 것과 지금의 것, 그리고 앞으로의 것을 글로 남길 것이다.


Q. 그 일을 위해서 직사각형 공간의 전체적인 컨셉은 어떻게 할 것인가.


A. 이곳은 일상의 공간과 닮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보다 내가 이 공간을 갖고자 하는 목적성에 부합할 수 있는 조정의 작업을 할 것이다.


Q. 몇 개 정도의 방이 필요할까.


A. 고민하는 중이다. 우선, 내가 구획을 지을 직사각형 틀 내 면적은 얼마로 해야 할까.


문득 이 부분에서 톨스토이가 쓴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자신의 능력을 훨씬 초과한, 과분한 정도의 땅을 욕심내다가 죽은 농부의 이야기이다.


하루 동안 다녀올 수 있을 만큼의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에 따라 농부는 자신의 체력 수준을 넘어선 곳까지 걸어나갔다. 최대한 많은 공간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지나치게 먼 곳까지 갔던 것이다. 그가 약속장소에 무리하게 시간을 맞쳐 왔을 때는 이미 몸에 한계가 온 상태였고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결국 그가 죽은 후 얻은 땅이라곤 고작 자신의 몸 크기 정도의 작은 사각형 땅에 불과했다.



내 공간은 얼마나 필요할까.



나는 미국인들 같이 7개의 방에 3개의 화장실, 창고와 차고를 필요로 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내가 그 공간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성과 맞지 않은 규모의 공간이다. 물론 그런 풍족하고 여유로운 공간은 매력적이지만, 과연 단순히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런 거대한 주거 공간이 필요한 것인지 반문해보게 된다. 그것은 관리와 유지보수라는 또 다른 노동의 시간, 사유와 자율적인 잉여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오히려 빼앗아가는 역효과만을 낳을 것이다. 내게는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본래의 목적성에 맞는 것들만 갖춘 공간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5×10 미터의 공간으로 결정했다. 50 제곱미터의 공간이 나온다. 평수로 치면 대략 15평 정도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 공간에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다음으로 구획이다. 앞서 나는 공간의 목적성에 맞게끔 구획짓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공간은 작업과 쉼,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그 공간은 최소한 3개의 공간으로 구분해야 할 것이다.


Q. 각 방은 얼마 정도의 공간을 할애할 것인가.


A. 30 제곱미터의 공간을 그 3개의 필수적인 공간으로 할애하기로 했다.


Q. 남은 공간은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


A. 일상적인 생활의 영위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 공간은 아마도 내 주거 공간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로 가는 길처럼, 꼬불꼬불한 계곡을 몇 차례나 넘고 한참을 산속 깊이 들어가야 나올 수 있는 작은 동네를 찾아가듯이 말이다. 내 일상적 삶의 공간과는 꽤나 구분되고 단절이 되어있는 공간처럼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공간에 머무르는 동안은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남은 20 제곱미터의 공간에 세면실(화장실), 취사 공간, 보일러나 세탁기 등 여타 물건 들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창고로 쓰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단순 계산으로 다시 3개의 방을 추가해야 되는 셈이다.


총 6개의 공간 구분이 마무리됐다. 벽과 벽 사이의 구분은 나의 개별적인 활동들이 독립적인 어떤 활동들임을 보여주는 경계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구성이나 방음 같은 요소는 특별히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가시적으로 각각의 활동에 있어서 시각적인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시야를 막기는 해야 할 것이다.


이에 그리 두껍지 않지만 방과 방 사이를 확실히 막아주는 나무 합판을 준비했다. A와 B라는 공간을 구분짓는 상징적인 기능을 이 나무 벽체가 담당할 것이다. 그 각각의 방이 서로 다른 것임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또 다른 작업과 물건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도장과 인테리어가 바로 그것들이고, 그것은 다음 브릭에서 다룰 것이다.



브릭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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