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하는 곳

by moment books

Brick 5. 작업실



우리가 일하는 곳


나는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기에, 함부로 다른 종류의 일터를 자세히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두 종류의 사무실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한 종류는 고용자로서 출퇴근하여 근로한 대가를 받는 사무실이며, 다른 한 종류는 내가 차린 사업장으로서의 사무실이다.



고용자의 공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일터가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작업실일 것이다. 이 공간을 포함한 이유는, 우리의 익숙한 작업실인 사무실이나 일터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창의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들어서이다. 그리 유쾌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여기서도 얼마든지 잉여의 시간은 확보될 수 있다.


사무실은 온갖 유형의 사람들 다수가 모인 장소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떤 활동에 있어서 여러 눈치를 봐야 하는 장소이고, 개인 활동이 자연스럽게 허락될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공공의 목표를 위해 모인 장소이고, 유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행동은 모두 회사의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일들이어야 하는 곳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다.


우리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회에서 경험하는 여러 이윤창출의 활동도 결국, 정해진 계약 조건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 문제이면서, 동시에 내가 그 일의 수행으로 제공한 노동력의 대가로 급여라는 권리가 수반된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회가 주는 이점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수행하면서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훈련해야 하는데, 회사는 그 일을 돈을 받고 하는 곳인 것이다! 우리는 지옥같이 지루한 공식 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을 무려 10여 년 이상을 받아왔는데, 초반 의무교육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큰 돈을 내가면서 그 교육을 받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취직이라는 그 이후의 목표와 사회적인 시선 때문이라도 어떻게든 받아야만 했던 교육 과정이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얻은 것은 보통 학위증명서 정도일 것이다. 우리는 그 기간을 보내면서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며 많은 또 큰 기회비용을 경험했다.


반면 회사 생활은 돈을 받고 경험과 기술을 배운다. 다른 것은 차치해두고 이 장점을 생각하자. 우리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처리해야 할 쓸데없는 일들이 있다면 요령을 터득해서라도 빨리 처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유익한 업무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워가는 것이다. 업무에 집중하는 법, 가장 일의 능률이 좋은 시간대를 정해서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법, 회사가 제공하는 업무적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의 혜택을 얻는 법을 배워가면 된다. 회사는 분명히 악몽 같은 곳이겠지만, 그것도 하기 나름이다. 나만의 작업실이 확보된 이후 회사에서 배운 기술들을 가져올 것도 염두에 두자. 회사에서의 훈련이 고될수록 나중에 보다 값진 열매로 다가올 날도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공간


해외 유명 소호사무실 브랜드를 필두로 국내 자체적인 브랜드까지 생겨나면서 우후죽순격으로 많은 소호사무실들이 생겼다. 비용이 가장 중요할텐데, 물론 만만치는 않다. 대부분 이런 사무실을 권하는 경우는 1인출판사와 같은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혹은 신생기업 대표들이 초기 사업 정착에 집중하기 위해 공간에 신경을 쓸 일을 줄이고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 일상생활과 얼마간 거리를 두고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런 사무실을 자신만의 작업실로 선택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른 것보다도 어떤 공간으로 이동을 하는 행위 자체가 주는 ‘일상과 거리두기’의 효과가 있으며, 이것이 자신만의 은밀하고 높은 몰입이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데에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우에 따라 우리가 할 어떤 일들은 개인의 진지한 취미 생활이나 정신 활동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사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자기만의 사업을 구상하는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한 유효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곳이 소호사무실이다.


여기서 변수는 이러한 작업실을 가질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이다. 한 푼이라도 더 모아서 향후 몇 년간 얼마를 모으겠다라는 식의 계획을 세운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특별히 부가적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개인 사무실을 운영할 여유는 많지 않다. 이러한 공간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추가적인 비용 대비 나는 무엇을 확실하게 얻을 것인가, 이것은 내 실존에 필수불가결한 선택인가.


일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물리적인 단절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면, 다른 여러 공공적인 공간들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인이라면 종교기관의 일부 공간을 협의 가운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공간 공유 플랫폼’의 여러 다른 형태의 공간들을 임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공간들 활용의 기회비용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공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공간 관련 사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작업실을 상당히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나는 여느 다른 취미 생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용의 개념을 이런 작업실 이용에 적용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러한 공간을 즐기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취미 생활일 수도 있다.



브릭 5. 작업실.jpg <원본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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