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의 부재는 생존의 위협과 관련 있다. 항상 그래왔겠지만, 특히나 현대사회에서는 매력이 없으면 생존하기 힘들다. 자신을 끊임없이 소진하는 일이 곧 생산적인 일이 되며 금전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세상이다. 모두가 각자의 창구에서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애쓴다. 여러 온라인 창구들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그리고 정치계의 뉴비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능인들은 좋은 쪽에서든 나쁜 쪽에서든 자신이 잊혀지지 않고 이슈화되길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잊혀지거나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냉혹하고 못된 사람으로라도 대중에게 기억되는 것이 더 낫다. 잊혀지는 것은 곧 그 사람 존재의 상실이 돼 버린다.
어린 시절에도 우리는 매력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웠던 기억이 분명 있다. 또래 집단을 형성하고 그 가운데 살아가기 위해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하나라도 '친구로서 가치가 있는' 특성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가 공부를 잘하든, 리더십이 있든, 운동을 잘 하든, 잘생겼든, 아니면 하다못해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비싼 게임기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나서지 않아야 한다. 유난을 떤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한국 사람에게는 개성이란 것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하는' 종류에 포함되는데, 또래 집단의 눈으로 보기에 "별나다"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비슷한 기호와 비슷한 옷차림, 비슷한 생각을 공유해야 또래 집단에 소속될 자격을 갖추고 별종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잘못하다간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매력 있는 아이 주변에는 항상 그를 선망하는 마음이 얼마간 있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언제나 끊이지 않는 남녀 아이들. 매력이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쾌활하고 위트가 있다. 외모와 행동에서 풍기는 발랄함과 자신감이 언제나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 자신감이, 대부분은 그의 경제적인 환경 탓인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이라, 언제나 사랑을 받았고 언제나 좋은 일들을 가족과 주변인들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대개 사랑스럽고 인기도 많다.
말 잘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매력 있게 느껴진다. 사기꾼조차도 그가 무언가 말로 현혹하고 있는 장소에서 만큼은 무언가 다른 사람, 이면에 어떤 매력을 지닌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나 논리적이고 위트 있는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신뢰가 가고 매력을 느낀다. 알다시피 주변에는 온갖 저속하거나 감정적인 어휘, 부정적인 어휘로 가득한 대화로 점철된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명료하고 풍성한 어휘, 논리적이고 위트 있는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의 음성은, 잡음 섞인 라디오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느 순간 멈춘 채널에서 듣게 되는 전문 성우의 부드러운 내레이션처럼 귀에 정확히 도달하여 인식된다.
매력 있는 사람은 분명 남들이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될 수 있고, 그의 천부적인 재능, 인맥, 일 솜씨, 이성에게 어필하는 외모, 권력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으며, 그 모든 것이 '남들보다' 얼마간 확연히 비교될 만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면 매력적인 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 그것이 결국 그 사람의 생존과 직결되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이 삶에서 누릴 풍요의 정도를 좌우할 수 있다.
매력 없음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는 어디에 존재하든 있는 것처럼 간주되지 않고, 없어져도 아무도 그의 부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어떤 특정 필요에 의해서 찾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비참한 이유에서 찾는 것이다. 내가 일을 쉽게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 그저 순간의 투정과 불평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즉흥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소비될 사람이 눈앞에 던져져야 할 때야 비로소 찾아지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 쓰이는 도구처럼 간주되는 존재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명하지 못하여 자신이 가진 매력을 금방 소진해버리고 그저 그런 사람으로 쉽게 전락하고,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유형도 있다. 그는 심성이 착하거나 아니면 '너드'(nerd) 같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 한결같음으로 쉽게 사람들로부터의 관심과 흥미를 잃어버린다.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 그만큼 매력적이지 못한 경우가 또 있을까.
언제나 자신을 너무 쉽게 드러내서 그 불편함과 부담스러움 때문에 매력을 잃는 사람의 경우도 있다. 그는 자신을 스토리텔링하기 좋아해 한다. 스스럼없고 솔직하다. 그런데 그 천성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게 쳐져 있는 어떤 마음의 경계 유지를 위태롭게 만든다. 모든 것을 말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런 비밀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개인성을 드러낸 사람에게는 다음의 만남에서 더 기대할 것이 없어진다. 이 또한 한결같은 사람처럼 여겨져 흥미와 관심을 잃는다.
그리고 정말로 매력 없음의 가장 비참한 유형은, 자신을 꾸밀 수 없는 그 어떤 것도 없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그는 정말로 아무런 드러낼 것이 없다.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가꾸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볼 여력은 없다. 언제나 하루하루의 생존을 위해 모든 갖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질의 부재는 자신감의 결여를 낳는다. 밑천이 없으면 작은 손실도 치명적이다. 나의 행동에서의 작은 실수도 큰 피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그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다시금 들여야 한다. 어떻게 감히 그런 리스크를 쉽게 감내하려들 수 있을까? 그렇기에 자신의 언행에 매사에 조심스럽다. 작은 목소리와 불안한 눈빛, 그리고 움츠려든 어깨 - 그에게서는 대중이 사랑하는 매력을 찾을 수 없다.
매력 없는 사람으로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비참한 것이다. 인생에서 어떤 순간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결정적인 순간으로서, 많은 이들의 눈빛을 한 번에 받으며 부서지는 듯한 햇빛을 받는 찬란한 순간이 한 두 번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바로 그 몇 순간들의 회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테니까. 매력 없음은, 바로 그러한 순간을 향유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인생에서 가진 것 없고 가진 재능이 없음으로 무너져내린 자신감을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혹은 얼마간 보통의 사람일지라도 대중의, 다수의, '보편적인' 사람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인지라 매력을 쉽게 잃어버리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인생에는 그 몇 번의 스포트라이트조차 허락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관심을 받고 싶어도 나에게 주지 않는 눈길들.
화려한 유명인의 삶을 원해서는 아니다. 모든 인간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이고 당연한 순간들을 만끽하는 정도의 문제이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단지 결혼식장의 그 길을 걷는 경험, 사랑스러운 아이의 웃음을 바라보는 일이라도) 하나조차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렇게 청춘을 잃어버린 채 오늘을 살아가는 중년의 성인들의 삶에서는 그 매력 없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한탄하거나 숙고할 여력조차 없다. 세상이 돌아가는 날쌘 속도에, 대중에 의해 형성된 기호와 관습에, 생산성을 상실하면 한순간에 경제적 빈곤함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생존의 문제에 이리저리 치여서, 자신의 고유의 모습을 발현시킬 기회조차 상실하고 그저 오늘 하루를 버티고, 어떤 대상을 흉내내고, 어떤 매력적인 대상을 우러러보고, 자신의 매력 없는 몰골에 축 처진 눈길을 힘없이 던져보곤 다시 월급을 벌러 일터로 자신 없는 발걸음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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