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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해 Apr 14. 2019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칠리크랩

어디로 가볼까 - 싱가포르 #3 | 190313

다시 창이 공항

끄라비로 갈 때와 같이 스쿠트 비행기를 타고, 그러나 아오낭에서 산 바지, 피피에서 산 나시티와 땋은 머리, 끄라비 공항에서 산 가방 등 각종 태국 문물을 장착하고, 싱가포르 창이 공항으로 왔다. 유나 님은 바로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국으로 가시기 때문에 공항에서 헤어지고, 나는 11시간 후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편이기 때문에 싱가포르 시내로 다시 나간다. 남은 짐은 공항에서 MRT 타러 가는 길에 있는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사탕이 있어서 몇 개 챙겼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태국에서 온 나, 창이 공항에서 먹을 수 있는 사탕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오늘 일정은 칠리 크랩을 먹어야 되는 점보 레스토랑 외에는 몇 개의 후보지만 있었을 뿐 결정되지 않았다. 일단 낮에는 더우니까 실내에서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미술관으로 가기로 했다. 현대 미술 쪽이 좀 더 재미있으니까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로 가야지. 이번에는 실수 없이 MRT를 잘 타고 시티홀 역에 내려서 걸어간다. 가는 길에 예쁜 성당이 있고 또 예쁜 각진 돌 벤치들이 있다. 각이 져 있는 이유가 있을 텐데 싱가포르 지도 모양일까 잘 모르겠다. 성당 가까이 가고 싶지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그냥 지나간다.

성 앤드류 성당 (St. Andrew's Cathedral)

미술관 입구를 어렵게 찾아서 들어왔다. 전시 관람권은 두 종류였는데 일반 전시와 특별 전시 'Minimalist'를 위한 것이었다. 두 전시를 모두 보면 할인이 되고,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한 것을 증명하면 더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있는 꽃 모양의 미술관(Art Science Musium)에도 전시가 있어서 갈 수 있다고 직원 분이 손으로 꽃 모양을 만들며 열심히 설명해주신다. 언제 또 올 지 모르니까 모두 둘러보기로 하고 두 장의 표를 받았다. 문득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에서 산 지갑이 눈에 띄어 티켓과 함께 기념으로 찍어보았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내셔널 갤러리 전시 내용, 티켓

상시인 지는 모르겠지만, 매표소에서 옆 건물로 가는 길에 관람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요즘에 이런 무한 공간을 표한한 작품이 많은 듯하다.

무한 지하 같은 착시

전시는 연결된 두 개의 건물과 지하를 포함한 여섯 개의 층에서 예상보다 다양한 주제의 많은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미니멀리스트 특별 전시가 역시 좋았고 동남아시아의 풍경이나 역사를 주제로 한 회화들도 인상 깊었다. 몇 군데만 보자 생각했지만 볼수록 욕심이 생겨 약 두 시간 동안 대부분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현대 미술과 회화

지하에서 시작해서 전시를 보며 올라오다 보니 옥상으로 나가는 길이 있었다.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한 가운데 길을 찾아 가보니, 강 건너로 내가 여기서 거의 유일하게 아는 건물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보인다. 높은 곳이 있으면 대체로 경치가 좋고 멀리 볼 수 있으니까 가능하다면 무조건 오고 볼 일이다. 마침 정시인 지 교회에서 종이 울린다. 눈과 함께 귀도 즐겁다. 남의 나라에서 멀리 트인 경치를 바라보니 여행자인 지금의 내 신분이 자각되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내셔널 갤러리 옥상에서 본 경치
내셔널 갤러리 옥상에서 본 경치 2

건물의 나무 형태로 된 기둥과 물이 흐르는 천장 등은 현대적이고, 이전 모습들은 고풍스럽게 멋있어서 전시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와서 경치도 보고 잠시 쉬면 좋을 것 같다.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내부


한번 더 칠리 크랩!

싱가포르에서는 '1일 1 칠리크랩'으로 내가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저녁 식사를 하러 점보 레스토랑으로 이동한다. 점보 레스토랑은 유명한 칠리크랩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미리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지점과 시간을 정해서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나는 예전 여행의 추억을 따라 그때 갔었던 클락키 앞 리버워크 지점으로 간다. 이곳은 강변에 있어서 뷰도 좋고, 위치도 좋아서 식사 전후로 둘러볼 거리가 꽤 있다.

점보 레스토랑 예약

https://www.jumboseafood.com.sg/en/reservations

레스토랑은 미술관에서 멀지 않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걸어간다. 여기는 높은 건물도 많지만 나무들도 많아서 그리 삭막하지 않고 어딘가 따스한 기분이 든다. 이전 여행에서 싱가포르 본섬은 일정이 짧아서 바삐 돌아다니느라 그랬는지 생각보다 지저분하고 별로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은 이제 조금 바꿔주어야겠다. 

싱가포르의 거리, 클락키

강을 건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순서에 따라 번호표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칠리 크랩 작은 사이즈와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크랩이 작은 사이즈가 처음엔 1kg이라고 하셨는데 더 작은 사이즈로 확인을 부탁해서 700g으로 받을 수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는데 맛은 역시나 기억 그대로였다. 강 옆에서 저물어가는 해님과 함께 먹으니 더 좋다. 매일 생각날 때마다 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또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오면 먹을 수 있으니까 다음을 기약하며 위안을 해본다. 그리고 그땐 다른 식당에서도 먹어봐야지.

칠리 크랩, 점보 시푸드 레스토랑 (Chilli crab, JUMBO Seafood Restaurant -The Riverwalk)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있는 미술관에 가보려는데 확인해보니 종료 시간이 넘은 것 같다. 그래도 유일하게 내가 아는 상징적인 건물이니 들러서 보고 가야겠다.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인 그랩을 이용해서 가려고 앱에서 확인해보니 차량이 별로 없어서 택시를 탔다. 미국은 우버가 택시보다 꽤 싼데 이곳의 그랩은 아까 나왔던 예상 금액이 택시비보다 비쌌다. 일단 도착은 했는데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잘 모르겠고, 카지노 입구가 보여서 잠시 둘러보고 공항으로 간다. MRT를 타기 위해 쇼핑센터를 지나는 중에 낯이 익은 곳이 나온다. 아 여기 인공 수로에 곤돌라도 있었지 잊고 있었네. 수영장도 참 멋있었는데 여전히 잘 있겠지.

안녕, 기회 되면 만나자.


여행의 마지막 선물

이제 두 시간 후에는 이곳을 떠나게 된다. 남은 한 시간은 오늘의 마사지를 받는 데 쓰기로 했다. 공항 내 마사지 샵 중에서 탑승 게이트에서 가까운 'Be Relax'로 정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을 알려드리고 늦지 않도록 시간을 맞춰서 등 마사지를 30분, 발 마사지는 20분 동안 하기로 했다. 직원분들끼리는 중국 말을 쓰시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중국식 마사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의자도 편했고 적당한 대화와 마사지 압으로 하루 동안 피로가 잘 풀린 것 같다.

창이 공항 마사지 샾 Be Relax

https://goo.gl/maps/tepuCCGrhqy

창이 공항 (Changi Airport, Singapore)

싱가포르에서 밤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창가 쪽 좌석에 꼭 앉아야겠다.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별이 정말 많이 보였다. 비행기 안이라서 더 가까이 크게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별자리 어플을 이용해서 쌍둥이자리를 찾았는데 꽤 오래 같이 지나왔다. 밤에 비행기를 탈 때는 밖을 본 적이 없었는데 별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유심히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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