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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해 Jul 13. 2019

애월, 바다,

어디로 가볼까 -제주 #5 애월 | 190712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났다. 밖을 보니 하늘이 맑아서 바다에 또 들어갈 수 있겠다 생각이 제일 먼저 들면서, 그 이상 바랄 게 없다.

아침, 숙소에서 바라 본 풍경

조식은 신청하지 않았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아침에 문을 여는 곳은 커피 체인점들 뿐이다. 가까운 파스쿠찌는 1층뿐이라 바다가 잘 안 보일 것 같고, 바다 경치가 좋다고 하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로 가기로 한다. 이곳 제주에서만 마실 수 있는 스타벅스 음료도 먹고 싶었으니까 산책 겸 걸어가 보자. 운동을 안 한 지 일주일쯤 되니 몸이 뻐근하기도 하고.

고양이 안녕? 좋은 아침 바다야

큰길로 나오니 해안을 따라 올레길이 있다. 조금 지나니 예전에 머물렀던 '빌라 드 애월' 숙소도 보이고, 그러고 보니 여기 올레길은 걷기가 좋아서 오며 가며 몇 번 다녔던 생각이 난다.

스타벅스 가는 길: 이렇게 아름답다.
올레길 16코스

날씨에 감탄하며 바다를 보면서 걸으니 생각보다 금방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를 안 했으니까, 배를 채울 겸 쑥떡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https://g.co/kgs/kUvj87

이층에 올라와서 어제의 여행 기록도 하고, 야외 자리에도 나가 앉아보았다. 하늘은 맑은데 그리 덥지 않고 바람이 살랑 기분 좋게 불어온다. 알아온 대로 바다가 아주 시원하게 잘 보인다.

제주 애월의 스타벅스


오늘은 협재로 간다!

제주인 친구와 다시 만났다. 어제의 물놀이 경험을 참고하여, 오늘은 협재 바다에서 떠다닐 생각이다. 어제 하루 종일 슈퍼밴드 노래만 틀어댄 게 친구에게 미안해서, 오늘 음악은 멜론 추천 리스트를 골랐다. 약간 놀랄 정도로 내가 일부러 선곡한 것과 같이, 지금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협재로 가는 길, 협재 해변


바다도 식후경

협재 해변의 개인 텐트 구역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으러 왔다. 간단히 김밥, 떡볶이 같은 걸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길가로 나와서 두리번거리니 떡볶이라는 메뉴가 있는 가게가 있어서 '가리비안 해적'으로 들어갔다.
http://naver.me/5tsoHDY2

컨테이너 안의 약간 허름한 술집 분위기가 맛과 위생을 잠시 의심하게 하였다. 하지만 맛을 봐야 어떤지 알지. 얼음 생맥주, 톳 김밥, 냉라면, 비빔 떡볶이를 주문하였고, 친구는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며 '톳 김밥, 얼음 생맥주' 메뉴 이름들을 되뇌었다. 나도 역시 맛있게 잘 먹었는데 특히 톳 김밥이 특히 제주스럽고 좋았다.

점심식사: 톳김밥, 비빔떡볶이, 냉라면


즐거운 물놀이

협재 바닷가는 날씨가 좋아서인 지, 아니면 좀 더 유명해서인 지 중문 색달해변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물이 좀 빠져있어서 깊이는 얕고 파도는 작게 잔잔하고 가드분들은 수영 구역 주변으로 많이 계셔서 안전하게 놀 수 있었다. 누워서 둥실둥실 뜬 채로 움직임은 없지만 재미있게 놀았다. 정말 즐거웠는지 지금 보니 사진이 한 장도 없다.

https://g.co/kgs/8UXJdT


명월 국민학교

친구가 카페를 가자며 내비게이션으로 '명월 국민학교'를 찍으라고 한다. 국민학교? 초등학교가 된 지 언젠데 갑자기 국민학교래? 알고 보니 폐교된 자리에 카페를 만들어서 이름이 국민학교인 채로 있었던 것이었다.

https://g.co/kgs/GLWQrW

명월 국민학교 카페

커피 반에 가서 마실 거리를 주문하고, 창가에서 지켜보다 비워진 빈백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눕는 게 최고 좋다! 현무암 돌담에 푸른색들 너머 멀리 비양도까지 보이니, 이만한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지 감개무량한 지경이다.

명월 국민학교 카페


바다는 질리지 않아

친구와 헤어지고 숙소로 와서 정리를 한 후, 오면서 눈여겨봐 둔 바다가 보이는 카페 '언니커피'에 간다.

https://g.co/kgs/6SkPkS

언니커피: 1층과 주문한 음식

저녁 식사를 겸할 요량으로 커피콩 빵을 고르고, 저녁이 되면 좀 쌀쌀해질 것 같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이층으로 올라오니 매트리스 같은 넙적한 소파들이 있어서 조금 의외였다. 이렇게 누워 자도 될만한 자리를 만들어두다니, 여기는 테이블 회전에 대해 관심이 없나 보다. 잠시 왔다 간 손님 두 명 말고, 비가 오기 시작해서 그런 지 오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이 좋은 분위기에서 취향도 잘 맞는 카페 음악을 들으며 쉬었다. 이 넓은 공간에 혼자 있으니 어쩐지 오늘 밤은 내게만 빌려주는 선물 같았다. 덕분에 소파에 누워서 어두워지는 애월 바다를 실컷 바라보았다.

언니커피: 2층


슈퍼밴드의 밤

조금 후에 서바이벌 TV 프로그램인 '슈퍼밴드'의 최송 결선 방송을 해서 숙소에 보러 가야 한다. 요즘 유일하게 챙겨보는 방송이다. 편의점에서 '제주 백록담' 맥주를 사고, 안주는 근처 '바당 한 그릇'에서 새우튀김을 포장 주문하였다.

https://g.co/kgs/7Anmze

맥주와 새우튀김

카카오톡 단체방과 개인방을 오가며 슈퍼밴드를 보는 친구들끼리 신나게 채팅을 하면서 보았다.

조금 아쉽게 응원하던 팀은 1등이 아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모여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마 각자의 자리로 갈테고 이 팀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이제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끝나고, 내 여행도 끝나고,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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