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해 Jul 16. 2020

국내 여행도 혼자 잘해요.

간다 하면 간다, 강릉 #1 200613

홀로 여행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해외에서는 혼자 돌아다니고 밥 먹고 잠자고 다 잘하는데, 한국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것만 해도 일이 년 정도밖에 안된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도, 제주도는 빼고, 육지에서 혼자 가보자 작정하고 짧더라도 제대로 가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해외에서의 나는 비행기를 타러 입국장에 들어갈 때부터 여행용 사람으로 분리되어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COVID-19로 해외에 나가지를 못하니, 국내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더 일찍 홀로 나올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출발

금요일 밤에 가느냐 토요일 아침에 가느냐 고민을 좀 했는데 피곤한 몸으로 밤늦게 무리까지 해서 갈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렇지만 짧은 일정이니 너무 늦지 않은 토요일 아침에, 나의 오랜 벗 탕탕이(자동차의 애칭)와 함께 강릉으로 출발한다. 비가 온다더니 맑기만 하다.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운전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여행은 맛과 멋

강릉에 가는 건 처음이다. 서울에서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더 가까운 곳에 속초나 고성 같은 아름다운 동해 바다가 있는데 굳이 강릉까지 올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간 TV 등을 통해 들어왔었던 초당 순두부 마을의 식당과 커피 바리스타 1세대 분의 카페는 꼭 가는 걸로 마음먹고 있다.


여행자가 되었다.

초당 순두부 마을

우선은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어야지. 초당 순두부 마을에서 순두부 요리를 하는 식당을 찾아보는데 꽤 많아서 정하기가 어려웠다. 그중에서 적당한 개수와 점수의 리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조개가 들었다고 해서 생생한 바다의 맛을 상상하며 '얼큰 째복 순두부'라는 메뉴를 시켰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인공의 맛이 나면서 짜고 매웠다. 초당의 자연의 맛을 기대했는데 아니네. 다음엔 맑은 순두부를 먹어야지.

식당에 오는 길에 보아 둔 가게에 가서 '순두부 젤라또'를 사서 바닷가로 갔다. 음식 맛을 보았으니 아름다운 바다님께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한다. 조금만 가면 강문 해변이 나온다. 역시 바다 빛은 동해가 맑고 예쁘다.

작은 돗자리를 가져와서 모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찰랑찰랑 파도 소리와 부드러운 순두부 아이스크림과 일렉트로니카 라디오 채널에서 흐르는 음악이 나를 한가로운 여행자로 만들어 준다. 오늘 한여름 날씨라 더워서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았는데 물은 꽤 차가워서 조금 놀랐다. 조용하고 한가로이, 기다려왔던 광경을 누린다.


시원


버드나무 브루어리

덥고 쨍한 낮에는 맥주를 한잔 마시기에 좋다. 맥주 양조장에 가서 그곳의 맥주를 마시면 더욱 청량하다. 강릉에는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있다.

가게 오른편에는 양조장의 모습이 보이고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지역 서점에서 추천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책을 사면 맥주를 한잔 준다고 한다. 호텔에서 보면서 쉬려고 책을 두권 챙겨 오기는 했는데 이 기회에 새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아 보였다. '이상하지만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책을 고르고 '사워 세션 IPA'를 고른다. 햇살이 내려오는 중정 느낌이 드는 자리에 벽을 보고 앉아서 책을 한 꼭지 읽어본다.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에 따라 책에서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고 하는데, 이 작가님은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마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얼핏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맥주와 잘 어울리는 독서


하슬라 아트 월드 뮤지엄 호텔

쉼과 잠

하슬라 아트 월드 뮤지엄 호텔

체크인 시간에 맞추어 숙소로 간다. 아직 오후 세시도 안된 것이다.

숙소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보이고 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다가 보이는 경치와 큰 욕조였다. 그런데 아마 미술관일 앞의 건물에 막혀 바다는 조금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밤과 다음날 아침에 욕조에서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어서 좋았다. 깨끗한 하얀 침구와 푹신한 침대의 매트도 기분 좋게 잠이 들게 해 주었다.

침대와 탁자와 세면대 등은 최옥영 님의 작품인 것 같다. 대수롭게 여겨지는 공간에 있자니 나도 작품의 한 부분이 되는가 싶다. 분위기에 방해되지 않게 이불 위에 조용히 누워서 낮잠을 잤다.

알람이 없는 휴식이 좋다.


저녁 식사도 챙기기

잠도 자고 책도 보고 하다가, 뭔가 먹어보자 하고 밖에 나왔다. 제일 가까운 식당으로 갔는데 영업이 끝나서 안목 해변 앞으로 동치미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다. 동치미 육수와 소스가 따로 나와서 원하는 대로 스스로 만들어 먹는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나만의 동치미 메밀국수 만들기


매거진의 이전글 찌든 현생을 빨고 널고, 말려서 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