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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해 Jul 08. 2020

찌든 현생을 빨고 널고, 말려서 오기

간다 하면 간다, 강릉 #0 준비

요즘의 바쁨에 대하여

3월부터 웹사이트의 부분 개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부터 오픈일은 정해져 있었고 부족한 일정으로 시작된 가시밭길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면, 아침에 눈을 떠서 컴퓨터를 켜고 어떤 날은 자정을 넘겨 잠이 와서 눈이 절로 감길 때까지 일을 한다.

내가 하는 일 자체만 해도 많고, 동료들의 업무도 살펴보고 관리를 하는 업무도 맡고 있어 이 일도 틈틈이 한다.

나를 포함한 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사람은 아주 어려운 이 상황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여러 방면으로 일을 더 주고 압박만 꾸준히 하는 중이다. 그분은 실수가 보이면 비난부터 날릴 것 같아서 더 신경이 서는 것 같다. 같은 편에서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쳐지는 기운을 돋워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서 지적만 하는 사람이 관리하는 팀에 있다는 절망감에 대하여 느끼는 바가 많아진다.

그래도 동료들끼리는 기운 내보자 서로를 다독이고, 같이 일하는 다른 팀의 이들로부터 염려와 배려를 받고 있어서, 힘을 내서 또 일을 한다.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이들인데도 마음을 써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라는 사람이 지금 전혀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부분에도 마음이 안 좋다. 나로 인해 이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는 없을까, 내가 뭔가 해볼 수는 없을까 고민해보지만, 내 앞의 일이 바쁘니 잠깐의 생각뿐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만 있다. 밤에도 주말에도 일을 놓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보며, 이제라도 뭐라도 답을 찾아내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강릉은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연초에 계획해둔, 3월에 가기로 했던 베트남 푸꾸옥과 4월에 예약을 해두었던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들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주말에 친구와 자전거를 타거나 조용한 곳에 가서 트레킹을 하기도 하며 겨우 여행에 대한 욕망을 다독여주곤 했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니, 점점 물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진해진다. 바쁜 중에도 휴가를 꿈꾸며 여행지들을 찾아보며 안정을 가지곤 했다.


이번 여행을 요약하자면,

하슬라 아트 월드

해외여행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고 동해라면 가볼 수 있을까 검색을 하던 중에 강릉의 '하슬라 아트 월드 뮤지엄 호텔'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미술관과 공원이 있는 곳에서 숙박도 할 수 있는 곳이었으니, 휴식이 간절한 내게 지금 딱 맞는 곳이었다. 그때가 5월 초중순쯤이었는데 6월 13일 토요일의 요금이 다른 날보다 저렴하길래 일단 예약을 해두었다. 무료 취소도 가능했고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하루쯤은 휴가를 내면 적어도 3일은 쉴 수 있겠지 생각하면서.

종종 같이 자전거를 타는 양 수령님과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같이 가기로 했는데 안타깝게도, 둘 다 너무 바쁘고 주말에 비도 온다고 해서 휴가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땐 이미 호텔은 무료 취소 기간이 지난 시점이라 어차피 1박의 금액을 모두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그냥 혼자 주말의 1박이나마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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