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하면 간다, 강릉 #2 200614
늦은 오전에 방을 나와서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호텔 체크인을 할 때 받은 미술관 30% 할인권으로 기분 좋게 미술관 입장 티켓을 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표소와 이어진 미술관부터 가는 것 같아서, 나는 미술관 표로 갈 수 있는 조각공원을 먼저 가보기로 한다.
잘 정돈된 조용한 숲 속을 걸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엉켜있던 내 마음도 조금 정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요즘 자전거를 자주 타서 그런지 자전거 작품에 눈길이 간다. 위에 매달려 있는 자전거를 찍어서 사진을 뒤집어 보았다.
미술관은 생각보다 작품이 많고 다양했다. 최근에는 자개가 점점 눈에 들어온다. 다음 집에는 자개 가구와 나무들로 꾸며보고도 싶다.
관람을 다 하고, 미술관과 연결된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이곳에 있는 모든 커피의 원두는 산야초가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신맛이 나는 계열이라 맛있었다. 박이추 선생님 카페도 갈 예정인데 오늘은 고급 커피 잔치가 열리겠다.
결국 기념품 코너에서 자개 보석함을 사고 말았다. 집에 가서 자꾸 생각나면 안 되니까.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니 최옥영 선생님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호텔 방이 더욱 특별하게 생각되었다.
호텔 앞에 해변이 있어서 잠시 가보기로 했다. 바다 구경을 하며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을 보려고.
그런데 바닷가로 가보니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보기도 하고 잡아 올리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작고 배가 노란 거북이들이 파도에 쓸려서 밀려다니고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보기 힘들 것 같은데 동해에서 거북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인가? 작은 거북이들이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바동바동 거리고 있는데 그 방향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아마 바다겠지?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잠시 있었다. 파도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서울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박이추 커피공장 보헤미안 로스터스에 왔다. 카페에 박이추 선생님은 안 계셨다. 요즘은 가끔만 오신다고 한다.
오늘의 커피인 '파나마 게이샤'를 주문하고 2층 바다가 보이는 야외 자리에 앉았다.
커피 맛은 내가 좋아하는 계열인데 많이 진했다. 하지만, 맛을 흩트리고 싶지 않아서 물을 더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마셨다.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밤 8시가 되어간다. 서울로 출발해야 되는데 가고 싶지가 않다.
피로가 풀렸는가 생각이 잘 정리가 되었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 이 좋았던 여행 기억들을 꺼내어보며 고단한 주간 생활을 조금은 더 견디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새로운 월요일부터 다시 또 힘을 내어서 잘 지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