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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이 Nov 07. 2020

달미의 선택은 왜 항상 옳을까

드라마 <스타트업> 을 보고

(이미지 출처: tvN 스타트업 공식 홈페이지)

  요즘 유독 청춘들을 그린 드라마를 많이 본다. 얼마 전 종영한 <청춘기록>,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가 그랬고, 최근 방영 중인 <스타트업>이 그렇다. 청춘들의 이야기는 불안하고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생생하고 눈부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감독,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고 이야기 했다. 청춘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그 자체로도 풍요롭기에, 청춘을 그린 드라마 또한 더 풍성하고 흡입력 있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 <스타트업> 의 두 주인공 또한 불안한 상태로 이제 막 한 걸음을 떼고 있다. 남주혁이 맡은 남도산은 최연소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을 탔을 정도로 영재였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한 개발자다. 친구들과 함께 삼산텍을 차렸지만, 부족한 욕심과 사업능력으로 달미를 만나기 전까지 고전하다 드디어 꿈의 발판 샌드박스에 입성한다. 배수지가 맡은 서달미는 영리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비록 고졸에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지만, 하루 지원 나간 지점의 일일 최고 매출을 경신할 만큼 일머리가 타고 났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잠재력을 펼치기 위해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를 따라나와 사랑하던 언니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엄마를 따라가 재벌 아버지 밑에서 CEO로 일했던 언니보다 누가 봐도 꿇리는 삶을 살지만, 절대로 아버지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고생하는 손녀 달미가 안쓰러워 엄마를 따라가면 맑은 날만 있었을 거라며 한숨 쉬는 할머니에게 '맑은 날만 이어지면 사막'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위로할 만큼 당당하고 속이 깊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걸 보여주려는 듯 드라마는 달미, 그녀의 언니 인재, 도산, 지평, 심지어 달미의 할머니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님의 이혼 후 엄마를 선택한 인재와 아빠를 선택한 달미, 갈 곳 없는 지평을 품기로 선택한 할머니, 샌드박스 입성을 위한 해커톤에서 서로를 파트너로 선택한 달미와 도산의 선택까지. 어떤 선택은 불안하고 설레며, 또 어떤 선택은 뭉클하고 공감이 간다. 이러한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삶을 그려낸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그 '선택'을 마주하는 달미의 태도다. 달미는 이혼 후 창업을 하겠다는 아빠를 따라나서는 선택을 했고, 좋은 대학에 붙었지만 자신의 일터인 핫도그 가게를 판 할머니를 위해 대학을 포기했으며, 언제인지 모를 정규직 전환을 바라보는 계약직의 삶을 과감히 버리기로 선택했다. 유망한 CEO라고 거짓말한 첫사랑 도산을 해커톤의 파트너로 선택했고, 그 팀의 디자이너 영입을 위해 거리낌없이 무릎을 꿇기까지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디자이너 정사하에게 달미가 말한다.


난요. 내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기를 쓰고 그렇게 만들었거든.
그러니까 난 그 사람 선택도 후회 안 하게 만들 자신 있어요.


  신이 아니기에 우리의 선택은 늘 옳을 수만은 없다. 어떤 선택은 쓰디쓴 아픔을, 후회를 남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옳은' 선택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저 말들에 담겨있듯, 그녀가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를 짐작하고 추론한다. 그 이유를 찾음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상황을 예측하고자 한다. 이를 '귀인(attribution)'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 행동의 원인을 기질, 특성, 태도 등 내적인 요소에 귀인할 수도 있고(내부 귀인) 환경, 기회, 운 등의 상황적 요소에도 귀인할 수도 있다(외부 귀인). 하지만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 탓'이라는 속담처럼 자신에게는 외적인 요소를, 타인에게는 내적인 요소를 적용해 판단하기가 쉽다. 즉, 내 실패는 환경 탓을 하지만 남의 실패는 그 사람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단정짓는 것과 같다. 특히,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는 상황적이고 외적인 요소에 귀인하고, 성공에 대해서는 기질과 성격 등 내적인 요소에 귀인하는 오류를 저지르기 쉬워진다. 하지만 달미는 다르다. 달미는 유연한 귀인 양식을 가졌다. 언니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빠를 따라가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학비가 없어 대학에 못 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대신 자신에게 기회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고, 자신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준비해 더 나은 실력을 가지고 좋은 때를 만나면 도약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또 아버지의 죽음 이후 유일한 부모가 되어 준 달미의 할머니 또한 그렇게 믿어주었을 것이다. 기죽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 달미에게 할머니가 담담히 이야기 한다.


 달미야,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찬찬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거야.

  한 개인의 믿음이 행동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믿음대로 타인의 행동이 변화하는 것을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다. 달미 자신, 그리고 달미를 사랑하는 이들의 믿음이 달미의 선택들을 옳은 길로, 현실로 만들었다. 낭만적인 이야기 같지만, 우리가 자꾸 달미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 한켠에는 스스로에 대한 그런 믿음 하나쯤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앞으로도 달미는 쭉 옳은 선택들을 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우리 선택들이 그러하듯이.   



※ 이번 글은 네이버 심리학용어사전 '귀인이론'을 많이 참고해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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