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는 이그잼
[이그잼](2009): 2019.9.7. 본인 인스타그램 게시물
이그잼(2009)
감독: 스튜어트 하젤딘
출연: 루크 마블리
문제가 있는데 문제를 모르는 시험. 문제의 답을 찾는 시험이 아닌, 시험의 문제를 찾는 시험이라는 설정이
꼭 사람의 삶 같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 지면 꼭 신앙 같았다. 어떤 역경이 닥쳤을 때 왜 내게 이런 시험을 주시냐고 주께 물을 때마다 느꼈던 갑갑함이 내내 느껴졌다.
이러한 시험의 문제가 뭐냐고 수차례 물어본 이로서 문제를 모르는 시험이라는 상황 설정이 크게 공감이 됐다. 문제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쓰고 보는 사람. 답이든 아니든 뭐라도 쓰면 얻어걸리는 거 하나라도 나오겠지 싶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문제들을 직면할 때, 문제의 실체와는 상관없이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파악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습성이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계략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사람들. 아마 여기서도 정말 많이 걸릴 듯. 사람으로 태어나 살다 보면 누구나 몇 번은 겪는 일이니. 그렇게 누군가를 이용하고 버리는 사람의 비열함은 어디까지 처단돼야 할까?
블랙이 화이트를 제압하고 결박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직면할 때 그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당연히 살리는 게 맞겠다만 영화는 끝끝내 그가 일을 내게 만든다. 의심 가는 동료를 고문까지 하는 브라운. 화이트를 살리는 약을 숨기고 끝까지 죽이려 했던 브라운은 결국 총앞에서 스스로 포기하고. 최종 우승 가는 블론드.
여기까진 좋았다. 그러나 결말은 그때까지 보였던 팽팽한 긴장감이 견인해온 기대감을 많이 실망시켰다. 문제가 겨우 그거였어? 우리 삶이나 신앙생활에서 느꼈던 것들과 유비가 다 깨져버렸다. 또 아무리 영화라지만 시험 자체가 가지는 비인권적인 면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졌다.
극한 상황 설정과 그 설정에 반응하는 인간의 다양한 측면은 정말 볼 만했던, 그러나 군데군데 비인륜성이 주는 비현실성과 싱거운 결말에 김 빠졌던 영화.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