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의 멜로는 가끔 이렇게 특이한 것들이 있다. 손끝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심장은 가슴에 있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게 아니라,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팔다리가 미어지고 손끝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떠나간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평소 내 신념이 비합리적인 신념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어떤 노래가 그러던데, 사랑이니 아니니 하는 걸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했다는 뜻이다.
내가 떠난 사랑을 사랑이라 여기지 않던 신념이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던 가수는 어쩌면 "사랑한다"는 게 중요하지, "사랑했다"는 건 무의미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 뒤집었다. 떠나가도 온통 사랑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쿠미코의 집. 쿠미코를 떠나 구 여자 친구에게로 돌아가 데이트를 하는 츠오네가 길거리에서 했던 오열.
이 사랑은 다시 이루어지진 않을 것 같지만 그렇게 평생 갈 것 같은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 결말이 깊은 아픔으로 다가왔다.
사랑이 끝난 자리는 왜 그리 아팠을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건 '잃어버림'이 주는 아픔을 '잊어버림'으로 덮어버리는 고통의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의 앞섶에 아직도 묻혀있을 사랑의 향기를 허공으로 띄워 보내야 하고, 가끔 저 넓은 하늘 어디론가 사라졌을 그의 향기가 한참 후에도 허공을 볼 때 코끝에서 느껴지는 듯한. 없지만 내 코끝은 분명히 느껴지는 그 향이 코 끝을 타고 들어와 머리를 어지럽게 하며 심장을 감쌀 때 느껴지는 깊은 아픔들.
츠오네가 떠난 쿠미코의 정돈된 집의 구석구석은 아마도 그런 향이 가득하겠지. 떠나온 츠오네도 이곳저곳에서 느끼게 되겠지. 등 뒤에 매달려있던 쿠미코의 무게감을. 그날 바닷가에서 파도가 휘감던 젖은 신발의 축축함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허위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모든 사랑에 대한 변명이고 회피지만, 또한 그게 사람이니까. 사람으로서의 총량은 그것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