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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Oct 30. 2021

스승은 "알려주는" 이가 아니라 "알아주는" 이다.

[굿 윌 헌팅](1997) "It's not your fault."

[굿 윌 헌팅](1997) "It's not your fault."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맷 데이먼(윌 헌팅), 로빈 윌리암스(숀 맥과이어), 벤 애플렉(처키 슐리반), 스텔란 스카스가드(제랄드 렘보 교수), 미니 드라이버(스카일라)

 

로빈 윌리암스의 연기가 가장 빛나는 역할이 바로 이런 스승의 역할이었던 것 같다. 고교시절의 그 벅찬 감동으로 당대 청소년들에게 잊지 못할 인생작을 선사했던 스승이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아마 우리 또래에 키팅 선생님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로빈 윌리암스가 한국인들에게 각인된 역할 이바로 키팅 선생님 역할이었을 것이다.

사실 난 그 영화를 소설로 먼저 읽었고 영화는 대학에 들어간 후 비디오를 빌려서 봤던 것 같다. 놀랬던 게 내가 상상했던 키팅 선생님이 그대로 영화 속에 있었다. 난 당시 로빈 윌리암스라는 배우도 몰랐었던 때였는데 말이다. 이 말인 즉, 로빈은 선생 역할로는 타고난 배우라는 뜻이다.

 

나도 직업이 선생이긴 하지만 선생이 어떤 사람일까? 한자 그대로 따지자면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먼저 태어난 만큼 후에 태어난 이들보다 아는 게 많을 테니, 더 많이 아는 지식 혹은 지혜를 "알려주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선생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잘 모르는 이를 호칭할 때  존칭 차원에서 "선생"이란 호칭을 쓰기도 한다.

종합하면 선생은 "알려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선생은 "알려주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승에 가까운 선생이 되려면 "알아주기"를 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알아주기를 잘한다는 것은 먼저 선생 스스로가 자신이 선생 자질이 있는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맡겨진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 배려가 합쳐진 진실된 사랑이 받쳐줘야만 가능한 게 "알아주기"이다.

 

이 영화에는 윌 헌팅을 알아주는 두 선생이 나온다. 윌 헌팅의 천재성을 알아주는 제랄드 램보 교수, 윌 헌팅이라는 사람을 알아주는 숀 맥과이어 교수. 스승은 아니지만 윌 헌팅의 존재 자체가 귀함을 알아주는 친구들, 그리고 애인 스카일라.

같은 "알다"라는 말에서 파생되는 말인데도 누군가를 안다는 것과 알아주는 것은 참으로 다른 느낌이다. 안다는 것은 그냥 내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므로 사뭇 내 중심적인 이해이다. 그러나 알아주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면을 알고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 중심적인 단어이다.

윌 헌팅의 천재성을 알아준 제랄드 교수도 이런 면에서는 윌 헌팅을 "알아주기"보다는 "아는" 학자요, 교수일 뿐이다. 진정 학생을 알아주는 모습은 로빈이 연기한 숀에게 있었다.

 

"너 고아지?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앤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보면 다 알 수 있을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수 있어?"

"그림 한 장 달랑 보곤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 내 아픈 삶을 잔인하게 난도질했어."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건지 넌 몰라. 그건 타인을 너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왜 현실을 회피하고 아무도 못 믿을까? 그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었기 때문이야."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니까. 정말 중요한 건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 하는 거야."

 

숀의 주옥같은 대사들에게서 어찌나 가슴이 진정되지가 않던지!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숀은 사랑을 약속하고 입양한 양부가 학대하여 버림받은 윌의 상처에 깊게 닿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사람의 인생에서 겪는 사랑에 있어서 배양토 같은 원가족에게 처참히 버림받고 학대받아 썩어가는 연약한 뿌리로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생활처럼 불안하고 불행한 삶이 또 있을까? 있었다 없어지는 상실보다도 어떤 측면에서는 더욱 잔인한, 나라는 존재 자체가 거부당해서 버림받고, 선택되었다가 학대당하는 그런 삶... 얼마나 아팠을까!

그 아픔을 깊이 느끼는 숀은 단순히 윌을 아는 게 아니라 윌을 알아주는 진정한 스승이고 선생이었던 것이다. 그의 곁에서 늘 그를 응원하고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친구들처럼. 또한 앞으로 남은 시간을 충분히 윌과 그렇게 할 수 있는, 윌을 "알아보고 알아줄" 애인 스카일라처럼. 친구들과 애인 역시 윌에겐 진정한 스승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스승은 윌에게 이렇게 말한다.

"It is not your 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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